[연합시론] 대선판 또 이전투구, 비전과 희망이 안 보인다
(서울=연합뉴스) 대선 국면이 험악해지고 있다. 각 당 경선이 달아오르면서 정치공세와 비방이 격화하고 있는 탓이다. 후보들 간 감정 대립도 볼썽사납다. 포퓰리즘 공약이 판을 치면서 실제로 집권하면 어떻게 하겠다는 구상이나 비전은 사실상 실종됐다. 도덕성 검증도 말꼬리 물기 일색이어서 정작 대선 본선 무대가 펼쳐지기도 전에 선거 판에 식상해하는 분위기가 퍼지고 있다. 여기에다 심각한 선거 혼탁상까지 가세하는 것 같아 걱정이 앞선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최근까지 적발된 허위사실 공표·비방 사례는 5천380여 건으로 지난해 4.13 총선 당시의 4천880여 건을 훌쩍 넘어섰다.
이런 식이라면 이번 대선도 별반 기대할 게 없을 것 같다. 선거 문화 업그레이드는 고사하고 퇴보 경향만 뚜렷하기 때문이다. 국가 경영의 틀을 제시하고 여론을 견인하는 통 큰 후보도 찾아보기 어렵다. 정치논리에 함몰된 올망졸망하고 질 낮은 경연만 난무할 뿐이다. 거창한 어젠다가 꼭 좋은 것은 아니라고 해도 차기를 꿈꾸는 대선후보들치고는 국가 미래에 대한 깊은 고민의 흔적이 없다는 게 문제다. 각 당 토론회에서도 대연정-적폐청산, 자강론-연대론, 친박(친박근혜)-비박(비박근혜) 등 정치 공학과 인신공격, 네거티브 공세 외의 이슈는 찾아보기 힘든 게 사실이다.
안희정 충남지사가 22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문재인 후보와 문재인 캠프의 태도는 타인을 얼마나 질겁하게 만들고 정떨어지게 하는지 아는가"라며 "그런 태도로는 집권세력이 될 수 없고 정권교체도, 성공적인 국정운영도 불가능하다"고 격하게 비판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문재인 후보는 앞서 페이스북에서 후보경선토론회 맞상대인 안 지사와 이재명 성남시장을 겨냥한 듯 "네거티브는 상대를 더럽히기 전에 자기를 더럽힌다"며 다분히 감정 섞인 주장을 펴기도 했다. 이 시장은 "안희정과 문재인이 후보가 되면 박근혜와 그 일당은 살아날 것이 분명하다"고 싸잡아 공격했다. 보수진영 유력후보로 급부상하고 있는 홍준표 경남지사는 "노무현 정권은 뇌물 정권", "몇몇 양아치 친박들" 같은 험구를 연일 쏟아내는 등 정당마다 인신공격이 속출하고 있다. 자유한국당의 경우 1, 2차 컷오프를 거친 본경선 진출자 4명 가운데 정리된 공약을 가진 후보가 한 명도 없어, 제대로 된 정책토론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이번 대선의 중요한 화두는 국민통합이다. 누가 당선되든 최순실 사태와 대통령 탄핵 과정에서 깊어질 대로 깊어진 국론 분열과 대립, 증오와 분노를 치유하는 통합의 리더십을 가져야 한다는 주문일 터다. 대선 과정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후보마다 이를 보여줘도 모자랄 판에 내 편, 네 편을 가르고 이전투구식 싸움질을 하면서 오히려 갈등을 조장하고 있으니 딱할 노릇이다. 지금부터라도 대선전이 정상궤도로 복귀할 수 있도록 어느 정당 가릴 것 없이 모든 후보가 마음을 가다듬고 심기일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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