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시리아 배치 방공미사일로 요격 검토"…관련국 간 긴장 고조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지난주 이루어진 이스라엘 공군기의 시리아 공습 작전 여파가 확산하며 관련국 간 긴장이 고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스라엘 공군기들은 지난 17일 새벽 시리아 영공을 침범해 중부 도시 팔미라를 비롯한 시리아 여러 곳의 정부군 시설들을 폭격했고 이에 시리아군이 지대공 미사일로 응수하면서 양측 간에 군사 충돌이 벌어진 바 있다.
이스라엘은 이 사건 뒤 러시아 측이 자국 주재 이스라엘 대사까지 초치해 시리아에 대한 공습 자제를 요구한 데 대해 필요할 경우 공습을 계속하겠다고 강경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21일(현지시간)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과 회담한 뒤 연 기자회견에서 "이스라엘은 필요하고 가능할 경우 시리아 목표물들에 대한 공습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러시아 온라인 뉴스통신 뉴스루가 이스라엘 언론을 인용해 보도했다. 러시아의 요구를 정면으로 거부하는 발언이었다.
네타냐후는 "러시아가 이스라엘군의 시리아 내 활동을 제한하지 않았다"며 이같이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20일 러시아 외무부는 가리 코렌 주러 이스라엘 대사를 초치해 이스라엘의 시리아 공습에 항의했다.
일부 언론 매체는 러시아가 이 면담에서 시리아에 배치한 방공미사일을 이스라엘 공군기 격추에 이용할 수 있다고 위협했다고 전했다.
실제로 유엔 주재 시리아 대사 바샤르 자파리는 이스라엘이 또다시 시리아 공습에 나설 경우 러시아가 시리아 배치 방공 미사일 S-300을 사용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독일 일간 디벨트는 예전에는 러시아가 이스라엘의 시리아 목표물 공습을 허용했지만, 이제는 입장이 바뀌었다고 분석했다.
러시아는 이스라엘의 앙숙인 이란과 함께 시리아 내전에 적극적으로 개입,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 정권을 지원하고 있다. 시리아 평화회담 중재자이기도 한 러시아로선 이스라엘과 시리아 간 충돌이 시리아 사태 해결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것으로 보인다.
반면 이스라엘은 러시아가 아사드 정권과의 협력을 통해 중동 내 세력을 확장해 가는 것을 불안해 하고 있다. 러시아의 지원에 기대 이스라엘의 숙적인 이란이나 레바논 시아파 무장정파 헤즈볼라 등이 입지를 강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네타냐후 총리는 지난 9일 러시아를 방문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회담하고 이란의 시리아 사태 개입 저지, 시리아 내 이스라엘군과 러시아군 우발적 충돌 방지 문제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그동안 러시아와도 좋은 관계를 유지해온 이스라엘의 추가적 시리아 공습은 러-이스라엘 관계를 긴장시키고, 이스라엘과 이슬람 국가들 간 갈등을 고조시키는 악재가 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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