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예술인 초대 수장 유동근 "배고픈 연기자 너무 많다"

입력 2017-03-23 09:00   수정 2017-03-23 09:56

방송예술인 초대 수장 유동근 "배고픈 연기자 너무 많다"

방송예술인단체연합회 24일 출범…"복지와 기회제공에 중점"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저희 회원이 1만 명입니다. 이 정도면 뭐를 해도 할 수 있지 않을까요. 머리에 띠를 두르고 싸우겠다는 게 아닙니다. 혼자서 할 수 없는 일을 다 함께 해보자는 것입니다. 하나씩 차근차근 해나가려고 합니다."

오는 24일 창립대회를 여는 방송예술인단체연합회 초대 이사장을 맡은 배우 유동근(61)의 말이다.




방송예술인단체연합회는 한국방송연기자협회와 한국방송실연자협회, 한국성우협회, 대한민국 코미디언협회를 망라해 방송예술인 대표 단체로 지난해 말 출범했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단체다.

무엇을 위해 이들은 뭉쳤을까.

지난 22일 여의도에서 만난 유동근은 "대중문화가 발전하고 한류가 떠들썩한데 그 수혜는 고루 나눠지지 못했다"며 "대중문화가 발전한 만큼 방송예술인들의 삶도 좀 더 나아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뭉쳤다"고 소개했다.

유동근은 이에 앞서 1년 전 방송연기자협회 회장으로 선임됐다. 1년간 협회장 일을 하면서 보고 느낀 것들이 방송예술인단체연합회 출범을 이끌게 했다.

그는 "대중문화계에서 고소득자와 저소득자의 간극이 크고, 무엇보다 저소득층이 너무나 두텁다"며 "소외계층을 다 구제할 수는 없지만, 더이상 이런 식으로 협회를 운영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방송연기자협회는 45년 전 이순재, 최불암 등이 주축이 돼 만든 연기자들의 친목 단체다. 성우협회, 코미디언협회도 다 비슷한 과정을 거쳐 만들어졌다.

하지만 '친목 단체'가 할 수 있는 일은 적었다.

유동근은 "돈도 시스템도 없는 상황에서는 너무 힘이 없다"면서 "흩어진 방송예술인 단체를 한데 모으면 목소리도 낼 수 있고, 뭔가 시스템도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에 움직이게 됐다"고 설명했다.

방송예술인단체연합회는 복지 증진과 기회제공에 중점을 두고 활동할 예정이다.

그는 "대중문화계에서 일부에게만 부와 기회가 집중되는 것은 막을 수 없는 일이지만, 조금은 주위를 돌아보며 그늘진 곳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것 아니겠냐"고 지적했다.

생활이 어려운 예술인들의 삶을 돌아보고, 공식적이고 체계적인 창구를 열어 재능과 실력이 있음에도 기회를 잡지 못하는 이들이 일거리를 찾을 수 있도록 돕겠다는 포부다.

교육사업도 추진한다. '한류문화교육관'(가칭)을 만들어 회원들에게 재교육의 기회를 제공하고, 방송예술인을 꿈꾸는 이들을 교육할 계획이다.






유동근은 "실력있는 연출자, 연기자 선배들을 교육의 현장으로 불러낼 것이고, 국내는 물론이고 한류에 관심있는 외국 학생들도 끌어들일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연합회의 풍부한 인적 자원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대중문화가 더 발전할 수 있도록 머리를 맞댈 것"이라고 밝혔다.

1980년 TBC 공채 23기 출신인 유동근은 37년간 정상의 인기를 누려왔다. '애인'(1996) '용의 눈물'(1996) '야망의 전설'(1998) '명성황후'(2001) '아내'(2003) '정도전'(2014) '가족끼리 왜이래'(2015) 등 숱한 작품을 통해 큰 사랑을 받았다.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면서 앞만 보고 달려왔던 그는 "부끄럽지만 방송연기자협회장을 맡기 전에는 이렇게 어려운 분들이 많은지 몰랐다"고 토로했다.

그는 "일찍이 김구 선생이 우리나라가 문화강국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하셨는데 그게 바로 방송예술인단체연합회의 기조"라며 "방송예술인들의 자존감을 세워주고 많은 이들이 더불어 잘 사는 방안을 찾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내가 연합회장 같은 것을 맡게 될 줄은 몰랐는데 어느새 여기까지 왔다"며 "힘든 일이지만, 뭔가 기여할 수 있는 공간을 찾은 느낌이고 힘닿는 데까지 봉사해보고 싶다"고 밝혔다.







prett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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