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이 야만적 테러 도구로…니스·베를린 트럭테러와 '닮은꼴'
'귀환 지하디스트' 새로운 위협 부상…대테러 당국 잇단 '경고'
(브뤼셀=연합뉴스) 김병수 특파원 = 유럽이 22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의사당 주변에서 발생한 '차량과 흉기를 이용한 테러'로 다시 테러 공포의 도가니 속에 빠져들고 있다.
유럽이 테러의 위협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사실이 다시금 확인됐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날은 작년 3월 22일 브뤼셀에서 연쇄 자살 폭탄 테러로 32명의 무고한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던 테러가 발생한 지 꼭 1년이 되는 날이어서 유럽인들이 느끼는 테러 위협은 더 크다.
유럽 각국이 브뤼셀테러 1주년을 맞아 각별히 테러에 대한 경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시점에 테러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테러라는 '괴물'은 언제 어디서 출몰할지 가늠하지 어렵다는 사실을 유럽인에게 다시 각인시킨 셈이다. 이번 사건은 작년 7월 프랑스 니스와 12월 독일 베를린에서 발생했던 '트럭 테러'를 연상케 한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테러범은 이날 오후 2시 40분께 런던 의사당 인근 웨스트민스터 다리에서 SUV 차량을 몰고 인도로 돌진해 두 명의 무고한 생명을 앗아갔다.
이어 다리 끝에 이르러 차량이 의사당 담장에 부딪히자 흉기를 들고나와 의사당 안으로 침입하면서 저항하는 경찰 1명을 살해하고, 자신도 무장경찰이 쏜 총에 맞아 숨졌다.
무엇보다도 실생활에서 유용하게 사용되는, 문명의 이기(利器)인 차량이 테러의 도구로 사용되고 있다는 점에서 놀라움을 주고 있다.
폭발물이나 총기 테러처럼 사전에 준비가 치밀해야 하는 것과 달리 이젠 누구든 마음만 먹으면 큰 어려움 없이 테러에 나설 수 있다는 '불편한 현실'이 눈 앞에 펼쳐지고 있다.
유럽의 대테러 당국은 그동안 누차에 걸쳐 유럽 대륙에서 새로운 수법의 테러가 발생할 수 있음을 경고해왔다.
유럽연합(EU) 경찰기구인 유로폴(Europol)은 작년 12월 발간한 테러 관련 보고서에서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세력인 '이슬람국가(IS)'나 IS의 사주를 받은 개인이나 단체가 가까운 장래에 유럽에서 새로운 테러공격을 감행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특히 유로폴은 테러의 우선 대상국가로 미국의 주도로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진행되고 있는 'IS 격퇴전'에 참가하고 있는 유럽 국가인 영국, 프랑스, 독일, 네덜란드, 벨기에, 덴마크 등을 꼽았다.
실제로 12월 베를린에서 트럭 테러가 발생했고, 3개월 만에 런던에서 이와 유사한 수법의 테러가 다시 발생했다.
유로폴은 보고서에서 향후 테러 양상이 경찰이나 군 인사 등 상징적인 목표물에 대한 테러보다 '소프트 타깃(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무차별적인 테러공격이 될 가능성을 경고했다.
이번 테러의 범인이 어떤 인물인지, 배후에는 누가 있는지는 아직 드러나지 않고 있다.
하지만 범인의 면모와 배후가 밝혀지게 되면 더 큰 파장을 낳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일각에서는 이번 범인이 이라크나 시리아에서 활동하다가 유럽으로 돌아온 이른바 '귀환 지하디스트(이슬람 성전주의자)일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대테러 당국은 그동안 유럽 출신 IS 조직원들이 유럽으로 숨어들어 보복테러에 나설 우려가 있다고 잇따라 경고한 바 있다.
대테러 당국에 따르면 지금까지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활동했거나 활동 중인 유럽 출신 지하디스트는 최대 5천 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질 드 케르쇼브 EU 대(對)테러조정관은 작년 12월 'EU 내무장관 회의'에 제출한 자료에서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활동 중인 유럽 출신 지하디스트가 2천~2천500명에 달한다면서 지금까지 600~1천 명이 전투 중 사망했고, 1천200~1천750명은 유럽으로 귀환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유럽 출신 지하디스트 중 다수는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상황이 안 좋아서 돌아오는 것이고, 일부는 특별한 임무를 갖고 유럽으로 보내질 수도 있을 것"이라면서 '귀환 지하디스트'에 의한 테러 가능성을 경고했다.
브뤼셀테러 추모행사 참석자들은 이날 희생자들의 넋을 위로하면서 살아남은 사람들이 단결해서 테러 위협에 맞설 것을 다짐하는 한편, 전세계를 향해 사랑과 상대방에 대한 존중을 통해 증오를 없애고 화합을 이뤄 나가자고 호소했다.
하지만 이런 각오와 호소에도 불구하고 현실에서 부딪히는 테러의 위협과 공포는 커져만 가고 있다는 점이 이번 런던테러에서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bings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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