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정부가 결국 대우조선해양에 7조 원 가까운 자금을 더 쏟아붓겠다고 한다. 정부는 23일 주요 채권은행인 산업은행, 수출입은행과 협의해 이렇게 결정했다. 총 지원액은 신규 자금 2조9천억 원, 출자전환 2조9천억 원, 원금 상환유예 9천억 원 등 6조7천억 원에 이른다. 지원의 전제 조건은 민간 채권단의 손실분담인데, 내주에 채권단협의회를 열 예정이다. 채권단이 손실분담을 위한 채무 재조정에 실패하면 정부는 '사전회생계획제도(P플랜)'를 적용할 계획이다. P플랜은 일종의 법정관리지만 워크아웃처럼 자금을 신속하게 지원할 수 있다. 정부는 P플랜을 가동하더라도 국책은행과 협의해 신규 자금을 지원할 방침이다.
정부는 2015년 10월에 신규 자금으로만 4조2천억 원을 대우조선에 투입하는 결정을 내렸다. 그 이후 정부는 "추가 자금 지원은 없다"고 말해 왔다. 그런데 이번에 다시 지원을 결정해 국민을 속인 결과가 됐다. 당국은 대우조선이 도산할 경우 우리 경제에 엄청난 충격을 줄 것이라고 한다. 피해가 최고 59조 원에 달한다는 회계법인 보고서를 근거로 제시했다. 그러나 건조 중인 선박 114척이 모두 고철로 처리될 것이라는 가정에 근거하는 등 보고서 내용이 과장됐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정부에 따르면 대우조선이 지금 도산할 경우 채권단이 대신 발주처에 물어내야 하는 선수금 환급보증이 13조 원대라고 한다. 6조 원의 여신이 물린 수출입은행은 재무악화로 다른 무역금융 업무까지 중단될지 모르고, 협력사까지 5만 명 이상의 일자리가 사라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글로벌 조선 경기 예측이 크게 빗나간 탓을 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나 산업은행의 관리 감독 부실, 임직원의 도덕적 해이 등이 더 근본적 원인이 아닌지 되묻고 싶다. 실제로 대우조선의 전임 사장인 고재호, 남상태 씨는 분식회계로 손실을 감춘 혐의로 구속기소 돼 재판을 받고 있다. 이들은 부실 경영에도 퇴직금을 각각 20억 원 가까이 챙겼다. 조선업 구조조정에 따른 대우조선의 자구계획 이행률도 지난해 29%에 불과하다. 현대중공업(56%)이나 삼성중공업(40%)에도 못 미친다. 대주주이기도 한 산업은행은 퇴직 임직원들을 낙하산으로 내려보내면서 관리 감독은 제대로 하지 않았다. 감사원은 작년 6월 대우조선 부실이 산업은행의 소홀한 관리·감독과 대우조선의 부실 경영이 낳은 합작품이라는 감사결과를 내놓았다.
누군가 책임을 지지 않고 이런 일을 그냥 넘길 수는 없다. 먼저 그동안 빚어진 경영 부실이나 관리·감독 소홀의 원인을 철저히 규명해 엄중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 불가피하게 연명 자금을 지원하더라도, 회사와 노조의 자구 노력과 고통 분담을 전제로 해야 한다. 감사원도 산업은행과 부실 경영진의 잘못을 확인했지 않은가. 이런 황당한 일이 며칠 시끄럽다가 잊히는 식이라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없다. 결국은 다 국민의 혈세다. 국민 무서운 줄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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