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문정식 기자 = 미국 법무부가 세계 20개 대형 컨테이너 선사들의 가격 담합 혐의를 적발, 조사에 들어갔다고 월 스트리트 저널이 23일 보도했다.
정통한 소식통들에 따르면 미국 법무부는 지난 15일 샌프란시스코에 열린 '박스 클럽' 모임 기간에 몇몇 선사의 최고경영자들에 소환장을 발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스 클럽은 컨테이너 선사들의 최고경영자 모임이다.
세계 최대의 컨네이너 선사인 덴마크의 머스크라인과 독일의 하팍로이드는 각각 법무부로부터 소환장을 받은 것을 확인하면서 조사에 전폭적으로 협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소식통들은 당시 모임에 참석한 다수의 CEO가 소환장을 받은 것은 물론 법무부 수사관들이 여타 군소 컨테이너 선사들의 미국 사무소들을 방문했다고 전했다.
미국 법무부의 조사는 각국의 컨테이너 선사들이 수십억 달러의 비용 절감을 위해 3개의 해운동맹을 결성하면서 유럽연합과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의 당국이 가격 담합 가능성을 예의 주시하고 있는 가운데서 나온 것이다.
해운동맹에 가담한 컨테이너 선사들은 세계 주요 항로를 오가는 해상운송 화물의 약 90%를 담당한다. 4월로 예정된 해운동맹의 출범을 앞두고 컨테이너 운임은 가파르게 오르는 추세다.
런던에 자리 잡고 있는 드루리 쉬핑 컨설턴트는 유럽에서 아시아로 향하는 화물의 운임이 급등했다고 밝혔다. 선사측은 이 항로에 투입된 컨테이너선들이 만선 상태로 운항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드루리는 이에 대해 통상적으로 이 항로의 운송 능력이 충분하다는 점에서 만선 상태로 운항하고 있다는 것은 대단히 이례적인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노르웨이의 해운업계 리서치 회사인 제네타는 최근 아시아에서 미국으로 가는 화물의 장기 운송 계약 운임이 1년 전보다 근 50%가량 오른 수준이라고 전했다.
제네타의 파트리크 베르그룬트 CEO는 운임이 오르는 것은 선사들이 지난해 남아도는 선박의 운항을 중단한 것과 한국의 한진해운이 파산한 덕분이라고 말했다. 선사들은 중국의 산업생산과 수출이 주줌해지는 올해 춘제까지 계속 운휴를 확대했다는 것이다.
베르그룬트 CEO는 그러나 "우리는 운임의 급등을 뒷받침할 만큼 대폭적인 운송 능력 축소는 보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싱가포르와 유럽의 해운 브로커들에 따르면 세계에서 가장 물동량이 많은 아시아-유럽 항로의 운임은 올해 들어서 컨테이너당 평균 960달러 선을 가리키고 있다. 이는 지난해 이맘때의 695달러를 크게 상회하는 것이다.
선사들은 하지만 이 항로의 운임이 컨테이너당 1천400달러를 밑돌면 수지 타산을 맞출 수 없다고 주장하면서 외부에서 제기하는 가격 담합 의혹을 한사코 부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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