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해영 기자 = 미국 백악관 고위 관리가 27일부터 뉴욕 유엔본부에서 시작될 '핵무기금지조약' 협상 개시를 앞두고 조약이 "세계를 한층 위험하고 불안정하게 만들 것"이라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미국 국가안보회의(NSC) 멤버인 크리스토퍼 포드 백악관 대량살상무기·확산금지 담당 수석국장은 21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열린 전문가 회의 기조연설에서 조약이 만들어지더라도 "단 한발의 핵무기도 줄어들지 않을 것이며 (조약에) 참여하지 않은 핵보유국에 새로운 법적의무를 부과하지도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아사히(朝日)신문이 23일 전했다.
그러면서 핵무기금지조약은 "유럽과 아시아·태평양지역 동맹국들과의 확대억지를 의도적으로 약화시키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금지조약은 "오랫동안 국제평화를 떠받쳐온 전략적 안정을 해치는 것"이며 "비현실적인 기대"에 뿌리를 둔 것이라고 비판했다.
포드 국장은 이어 "핵무기 없는 세계"라는 목표가 "지금의 안전보장환경에 비추어볼 때 현실적인 것인지 재검토 중"이라고 말해 트럼프 정부가 핵 정책의 전면적인 수정에 착수했음을 내비쳤다.
유엔은 27일부터 핵무기를 법적으로 금지하는 핵무기금지조약 제정을 목표로 한 협상을 시작한다. 110개국 이상의 유엔 회원국이 협상에 찬성하고 있으나 핵보유국들은 참여하지 않고 있다.
미국은 '핵없는 세계'를 이상으로 내건 전임 오바마 행정부 때도 "핵무기를 일률적으로 감축하면 안전보장의 균형이 무너져 세계가 불안정해진다"며 다른 핵보유국들과 마찬가지로 반대입장을 견지했다. 일본은 "핵보유국이 참가하지 않는 협상은 실효성이 없다"는 이유로 참가에 부정적이며 지난달 열린 준비회의에도 참가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 벳쇼 고로(別所浩郞) 유엔주재 일본 대사는 금지조약 협상에 참여할지를 아직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고 NHK가 이날 전했다. 일본은 유일한 핵무기 피폭국으로서 핵무기 보유국과 비보유국간의 중개자로 현실적인 핵 군축을 추진한다는 입장이지만 국내에서는 피폭국으로서 핵무기금지조약에 앞장서 참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아사히는 포드 국장의 이날 발언으로 미루어 도널드 트럼프 정부는 앞으로도 핵무기금지조약 협상에 참여하지 않은 채 외부에서 협상을 강력히 비판할 것으로 예상했다.
트럼프 정부는 다국간협상에 부정적인 입장이며 예산안에도 "어느 국가에도 지지 않을 핵전력"을 명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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