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자기애적 사회에 관하여'
(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소셜 미디어에서 자신의 일상을 시시콜콜하게 드러내는 사람들, '셀카'에 중독된 사람들, '나'로 시작하는 글쓰기의 유행. 이런 현상을 두고 일종의 질병이었던 자기애(나르시시즘)가 하나의 대중적 문화현상으로 변했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미국의 에세이 작가이자 문화비평가인 크리스틴 돔벡의 신간 '자기애적 사회에 관하여'(사이행성 펴냄)는 이런 현상에 주목한 책이다.
그 동안 자기애를 주제로 한 책들이 흔히 자기애를 분석하고 이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까를 다뤘다면 돔벡은 '나르시시스트'들을 바라보는 사람들에 초점을 맞춘다.
오늘날 자기애가 유행처럼 번진다고 보고 나르시시스트들을 진단하는 사람들은 자신은 나르시시스트가 아니라는 전제를 깔고 있다.
이들에게 자신들은 나르시시즘이라는 병리 현상을 진단하는 주체고 독자들은 그런 질병에 걸리지 않도록 조심해야 할 '잠재적인 피해자'다. 자신과 잠재적 피해자들은 이 나르시시즘이 번지고 있는 문화의 구성원이 아니라는 식의 입장을 취한다.
나르시시스트가 나쁜 사람이고 공감능력이 떨어지는 사람이라면 그들을 지켜보는 우리는 선한 사람이고 공감능력이 있는 사람이 되는 셈이다. 그러나 저자는 상대방이 공감능력이 없다고 생각하는 순간이 바로 당신 또한 공감하지 못하는 순간이라고 지적한다.
진짜 '반듯한' 우리는 '자신은 반듯한 사람'이라는 자기애를 두려워한다. 그러나 '자신은 반듯한 사람'이란 생각은 늘 다른 사람들을 도덕적으로 판단하는 우리의 일상의 이면 어딘가에 항상 존재하는 감정이기도 하다.
저자는 자신이 나르시시스트와 엮였다고 믿는 많은 사람이 스스로 지녔다고 자부하는 종류의 공감은 나르시시스트를 이해하는 데 방해만 된다고 지적한다.
책은 나르시시스트들을 두려워하는 사람들에게 나르시시스트 공포증(나르시포비아) 진단법을 제시하며 끝을 맺는다. 나르시포비아의 증상에는 다음과 같은 것들도 들어있다. 사람, 사건, 그리고 세상을 선과 악, 진짜와 가짜, 심오함과 천박함 등으로 양분하는 분리 증상 같은 것이다.
원제 'The Selfishness of Others:An Essay on the Fear of Narcissism'. 홍지수 옮김. 224쪽. 1만3천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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