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연합뉴스) 신창용 기자 = 23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SK 와이번스와 LG 트윈스의 시범경기.
1-2로 끌려가던 SK는 7회말 정의윤의 적시 2루타로 동점을 만들었다.
무사 2루의 역전 기회에서 타석에는 5번 박정권이 들어섰다.
무사였기에 충분히 강공으로 나갈 수 있었지만, 박정권은 보내기 번트를 댔다.
주자는 3루까지 진루했고, 김동엽의 좌익수 희생플라이로 SK는 역전에 성공했다.
SK의 3-2 역전승으로 끝난 이날 경기는 SK 새 사령탑인 트레이 힐만(54) 감독의 야구 스타일을 엿볼 수 있었다는 점에서 흥미로웠다.
무사 2루에서 번트 작전을 택한 선택을 두고 힐만의 야구를 단순히 '스몰볼'이라고 단정하긴 어려울 것이다.
박정권이 앞선 두 타석에서 모두 삼진으로 물러났고, 상대 투수가 박정권과 같은 손을 쓰는 좌완이라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판단일 수 있다.
어쩌면 더 중요한 것은 전술의 유연성이다.
SK는 지난해 182개의 홈런으로 두산 베어스(183개)에 1개 차로 뒤져 팀 홈런 2위를 기록했다.
타자 친화적인 홈 구장의 특성을 고려해 장타력 있는 타자들 중심으로 타선을 재편한 효과를 톡톡히 봤다.
SK는 리그 정상급 대포 군단으로 탈바꿈했지만, 반대급부로 번트, 도루 등 디테일 야구에는 취약점을 드러내 왔다.
SK의 지난해 팀 타점은 715개로 9위, 팀 득점도 753개로 9위였고, 심지어 득점권 타율은 0.276으로 10위에 그쳤다.
주자가 나가도 불러들이질 못했다. 영양가 없는 솔로포로 승리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SK가 힐만 감독을 데려온 것도 이 때문이다.
힐만 감독이 경험한 일본 야구 특유의 세밀함이 SK의 단점을 보완해줄 것이라는 기대가 작용했다.
시범경기를 통해 베일을 벗은 힐만 감독의 야구는 확실히 다른 세밀함을 보여주고 있다.
SK는 전날 두산 베어스전에서 3-3으로 맞선 3회말 1사 3루에서 스퀴즈 번트 작전을 폈다.
정진기가 투수 방향으로 절묘하게 번트를 댔고, 3루 주자 김성현이 홈으로 내달려 득점에 성공했다.
적극적인 '수비 시프트'도 눈에 띈다. 6회초 2사 2루에서 LG 좌타자 이병규의 중전 안타성 타구는 2루수 자리까지 수비 위치를 옮긴 유격수의 글러브에 빨려 들어갔다.
SK는 힐만 감독이 합류한 이후부터 한 발 더 뛰는 야구, 작전 야구를 목표로 올 시즌을 준비했다.
힐만 감독은 이날 경기 전 '번트 작전이 많은 편인데, 일본 야구를 경험한 영향이냐'는 질문에 "어디서 배웠다고 말하기는 어렵다"며 "(투수가 타석에 들어서는) 내셔널리그에서도 번트를 많이 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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