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절히 기도, 철저한 세월호 진상규명"…적폐청산 의지 강조
전북공약 내놓으며 "호남압승 원해" 구애…연일 '원팀' 메시지
(서울·전주=연합뉴스) 이상헌 서혜림 기자 =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23일 예정됐던 대선 출마선언을 미루고 '세월호 메시지'에 공을 들였다.
거의 3년 만에 인양되는 세월호에 온 국민의 시선이 쏠린 만큼 축제 성격이 강한 출마선언을 잠시 접고 국민과 함께 세월호 무사 인양을 기원한다는 취지에서다.
문 전 대표 측은 "모든 국민의 바람이 이제 막 시작한 세월호 인양에 맞춰져 있어 인양이 무사히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출마선언을 연기했다"고 말했다.
문 전 대표가 오랜 공을 들인 출마선언을 연기하면서까지 세월호에 집중하는 것은 그가 청산하려는 적폐의 상징이 세월호 참사라는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적폐청산을 통한 새로운 대한민국 건설의 적임자임을 부각하려는 측면도 없지 않다.
문 전 대표는 세월호가 반잠수 선박에 옮겨지는 등 안심할 수 있는 수준이 되면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해 출마선언 동영상을 공개할 것으로 전해졌다.
대신 문 전 대표는 세월호를 향한 간절함을 담은 메시지를 잇달아 발신했다.
그는 이날 아침 세월호 일부가 물 위로 드러나자 곧바로 페이스북에 "1천72일, 진실이 1m 올라오기까지 걸린 시간"이라며 "온전히 인양되고 미수습자 모두 가족 품으로 돌아오길 온 국민과 함께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한다"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인양이 늦어진 경위를 포함해 철저한 진상규명에 대한 의지도 드러냈다.
그는 전북 전주를 방문해 "선체 조사위원회를 조속히 구성해 활동해야 한다"며 "차기 정권은 인양지연 경위와 1기 특조위 활동 방해 과정도 규명하겠다"고 말했다.
문 전 대표는 전북지역 공약 발표는 예정대로 진행했다. 지역민과의 약속된 일정인 데다 경선 최대 승부처인 호남 경선을 나흘 앞두고 무작정 미룰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문 전 대표는 전북 전주의 도의회에서 가진 발표에서 "'이제 전북은 전북'이라는 말씀들이 왜 나오는지 심정을 잘 알고 깊이 공감한다"며 "호남에서도 소외되는 이중의 상실감과 아픔, 제가 전북의 친구가 되어 풀겠다"고 지지를 호소했다.
또 "욕심 같아서는 호남에서부터 압승을 거둬 조기에 민주당 후보로 결정되고 싶다"는 솔직한 속내도 드러냈다.
리얼미터가 MBN·매일경제의 의뢰로 지난 20∼22일 전국 유권자 1천531명을 상대로 한 주중동향 여론조사(신뢰수준 95%, 표본오차 ±2.5%p,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문 전 대표는 호남에서 7.7%포인트 오른 44.8%의 지지율을 기록해 각각 16.4%, 8.1%의 지지도를 보인 안희정 충남지사와 이재명 성남시장을 압도했다.
하지만 문 전 대표는 경선 네거티브 논란과 전날 실시된 전국 현장투표소 '투표결과 자료 유출파문'에 대해서는 여전히 '원팀'을 강조했다.
그는 "경쟁과정에서 이런 저런 얘기가 나오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함께 끝까지 해서 힘을 모아 정권 교체하고 국정도 성공적으로 운영하겠다"고 말했다. 자신을 포함해 안 지사와 이 시장을 "역대 최강의 팀"이라고도 했다.
문 전 대표가 두 후보의 강력한 문제 제기에 굳이 정색하지 않고 정제된 메시지를 내놓는 것은 이 사안들을 키우는 것 자체가 선두주자인 자신에게 별 도움이 되지 않는 데다 본선에 진출할 경우 이들의 도움이 절실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경선을 목전에 두고 안 지사와 이 시장이 보다 공세적으로 나올 가능성이 없지 않은 만큼 대응책 마련에도 부심하고 있다.
honeyb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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