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최측 "우크라 입국않고 모스크바서 TV 생중계로 참가 제안"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우크라이나 당국의 입국금지 조치로 오는 5월 유럽 최대 음악 경연 축제 '유로비전' 참가가 좌절될 위기에 처했던 러시아 대표에게 희망의 빛이 들었다.
유로비전 축제를 주관하는 유럽방송연맹(EBU)이 23일(현지시간) 러시아 대표 율리야 사모일로바에게 화상 생중계로 대회에 참가하는 타협안을 제안했기 때문이다.
인테르팍스 통신 등에 따르면 EBU는 이날 "유로비전의 비정치적 성격을 유지하기 위한 결정을 모색했으며, 그 결과 사모일로바가 위성 통신을 통한 TV 생중계로 대회에 참가할 수 있도록 하는 유례없는 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다.
EBU는 "모든 음악인이 축제에 참여할 수 있도록 우크라이나 당국과 대화를 계속하고 있다"면서 "사모일로바가 생중계를 통해 준결승에 참여하고 준결승을 통과하면 결승도 역시 같은 방식으로 참가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러시아 국영방송인 '제1채널'이 사모일로바가 모스크바에서 부르는 노래를 생중계해 달라고 요청했다.
EBU의 조치는 크림 방문 이력을 이유로 사모일로바의 자국 입국을 금지한 우크라이나와 이를 정치적 결정이라고 비난한 러시아의 입장을 모두 고려한 중재안이다. 두 나라가 이 중재안을 받아들이면 사모일로바의 유로비전 참가 길이 열리게 된다.
우크라이나 보안국은 전날 "유로비전 러시아 대표인 사모일로바의 우크라이나 입국을 3년간 금지했다"면서 사모일로바가 2015년 6월 우크라이나 당국의 허가를 받지 않고 러시아가 불법 점령 중인 크림반도를 방문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사모일로바는 당시 러시아가 2014년 3월 우크라이나로부터 병합한 크림반도에서 열린 스포츠 진흥 콘서트에 참가해 노래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불법 점령하고 있다며 크림을 방문하려는 외국인은 자국의 허가를 받도록 요구하고 있다.
1956년 스위스에서 시작된 유로비전 가요제는 유럽 최대의 음악 경연 축제로 아바(ABBA), 셀린 디옹, 조니 로간 등 유명 가수들을 배출했다.
올해 축제는 오는 5월 중순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에서 40여 개국 대표들이 참가한 가운데 열릴 예정이다.
러시아 대표로 선발된 27세의 사모일로바는 어린 시절 예방주사를 잘못 맞아 신체 장애인이 된 가수로 2014년 러시아 소치 패럴림픽 개막식에서 노래한 바 있다.
우크라이나 정부의 사모일로바 입국금지 결정에 대해 그리고리 카라신 러시아 외무차관은 "냉소적이고 비인간적인 조치"라며 강하게 비난했다.
러시아 최대 방송미디어 그룹인 '전(全)러시아 국영 TV·라디오 회사'(VGTRK)는 우크라이나 측의 조치에 대한 반발로 유로비전 생중계를 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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