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민호 오른팔 '검은모자' 김석 역…안정적 연기에 비중 커져
"모자에 얼굴 가려 아쉬웠지만 나중엔 제가 벗기 싫었습니다"
(서울=연합뉴스) 이정현 기자 = 두 손으로 목을 조르는 건 기본이고, 덤프트럭까지 동원해 가차 없이 밀어버린다.
저승사자라고 불러도 될 만큼 머리부터 발끝까지 검은 옷으로만 무장하고 다녀 '피고인'의 '검은 모자'로 불린 신인 배우 오승훈(26)을 만났다. 모자를 벗겨놓으니 극 중 이미지와 달리 귀여운 얼굴이라 하마터면 그냥 지나칠 뻔했다.
오승훈은 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SBS TV '피고인'에서 극악무도한 차민호(엄기준 분)의 오른팔인 김석을 연기해 주목받았다. 후반부로 갈수록 자주 나오고 연기도 안정적이어서 작품 경험을 꽤 했을 줄 알았는데, 이번 작품이 드라마 데뷔작이라고 한다.
오승훈은 24일 광화문에서 가진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사실 대본리딩 때만 해도 '석이'라는 이름도 없었는데 갈수록 비중이 늘면서 이름도 생겼다"며 "최근에는 식당 아주머니가 절 알아보고 '나쁜 놈은 밥 안 준다'해서 인지도가 생긴 걸 실감했다"고 웃으며 말했다.
갈수록 역할이 는 김에 얼굴도 많이 노출됐으면 좋았을 텐데, 계속 모자를 쓰고 나와서 아쉽지 않았냐는 질문에 "처음에는 솔직히 그랬는데 PD님이 모자를 벗으면 얼굴이 너무 애 같다고 쓰고 있으라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배우로서는 좀 아쉬웠지만 작품 전체를 보니 모자를 쓴 석이가 무섭게 보이고 긴장감을 줬기에 나중에는 모자를 안 벗고 싶어졌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석이 분량이 늘어나면서 현장의 선배님들도 저에 대한 대우가 달라졌다"며 "선배님들이 '석이가 이렇게 잘생겼었어?' 하고 반가워해 주셔서 기뻤다"고 덧붙였다.
조연이지만 극 중에서 주연인 지성, 엄기준과 대면하는 컷이 많았다.
오승훈은 엄기준에 대해 "정말 똑똑하고 '섹시'한 선배님"이라며 "모든 스태프, 선후배를 대할 때 피해를 주지 않으려 노력하고 손짓 하나도 섬세하다. 또 후배들이 현장에서 어떤 걸 고민하는지 잘 알고 어떻게 연습해야 할지도 알려준다"고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지성에 대해서는 각별한 인연과 애정, 신뢰를 표현했다. 그는 지성이 속한 나무엑터스에 함께 소속돼 있기도 하다.
오승훈은 "사실 연기를 하기로 한 게 지성 선배님이 나온 2007년 MBC TV '뉴하트'를 보고서였다"며 "이번에 한 작품에서 연기할 수 있어서 영광이었고, 주차장에서 처음 대면한 장면을 찍을 때는 정말 꿈만 같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성 선배님은 본인이 어깨조차 나오지 않는 장면을 찍을 때도 제가 몰입할 수 있도록 앞에서 눈물을 쏟아가며 열연을 해주셨다"며 "병원 주차장에서 추격신을 찍을 때는 그 추위 속에서도 8시간 내내 병원 가운만 입고 있더라. 그렇게 연기에 몰입하니 다른 배우들도 열심히 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지성이 해준 조언 중 기억에 남는 말로는 '현장에서 공부할 생각 하지 말라'를 꼽았다. 그는 "선배님이 집에서 여러 가지를 연습해서 현장에 와도 부족할 테니 더욱더 많이 준비해와야 한다고 강조하신 게 참 마음에 꽂혔다"고 전했다.
오승훈은 조재윤과의 호흡도 기억에 많이 남는다고 했다. 후반부에 얼굴만 내놓고 땅속에 묻힌 채 신철식(조재윤)으로부터 '굴욕'을 맛봐야 했던 신이다.
그는 "땅을 포크레인으로 다 파고 들어갔는데 다행히 박스를 넣어주셨다. 그런데 박스가 목까지 가리는 바람에 움직이기 힘들었고 결국 눈으로만 연기할 수밖에 없었다"며 "그래도 조재윤 선배님의 애드리브로 해당 신이 잘 표현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조재윤 선배님도 절 많이 챙겨주셨다. 선배님은 힘든 시절이 많았기 때문에 제 마음을 잘 알고 말씀 하나도 신경 써서 해주셨다"며 "감사한 분들이 참 많다"고 덧붙였다.
이제 연기자로서 본격적으로 첫발을 뗀 오승훈은 "배우들이 인정하는 좋은 배우, 거짓말하지 않고 '척' 하지 않는 배우가 되고 싶다"며 "부단히 노력할 테니 계속 지켜봐 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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