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 '순직군경유족 등록거부 처분 취소' 소송 승소
(수원=연합뉴스) 최종호 류수현 기자 = 세월호 참사 당시 학생들의 대피를 돕다가 숨진 교사들은 순직공무원이지 순직군경은 아니라는 국가보훈처 결정은 잘못됐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수원지법 행정2단독 김강대 판사는 고(故) 최혜정(당시 24·여)씨 등 안산 단원고등학교 교사 4명의 유족이 국가보훈처 경기남부보훈지청을 상대로 낸 국가유공자(순직군경)유족 등록거부처분 취소청구 소송에서 원고 청구를 인용, 보훈처의 처분을 취소했다고 23일 밝혔다.
최 교사는 2014년 4월 16일 세월호가 침몰하자 탈출하기 쉬운 5층 숙소에서 4층으로 내려가 학생들을 대피시키고 객실 곳곳을 돌아다니며 상황을 살피다가 자신은 구명조끼도 입지 못하고 숨진 채 발견됐다.
그는 당시 학생들을 격려하고자 "너희 내가 책임질 테니까 다 갑판으로 올라가"라고 말하고 많은 학생들이 볼 수 있도록 SNS에 "너희부터 나가고 선생님 나갈게"라는 글을 남겼다.
다른 교사 3명도 부모와 통화에서 "학생들에게 구명조끼를 입혀야 한다"고 말하고 급히 끊거나 남자친구에게 "구명조끼를 입지 않고 있어서 미안하다"는 등의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남기고 학생들을 대피시키다가 끝내 배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이들 교사는 2014년 7월 순직공무원으로 인정됐지만, 국가보훈처는 이듬해 6월 유족들의 순직군경유족 등록을 거부, 교사들을 순직군경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국가보훈처는 국가유공자법에 따라 순직군경을 직무 자체의 목적이 국가의 수호·안전보장 또는 국민의 생명·재산을 보호하는 데 목적이 있거나 통상적으로 생명과 신체에 대한 고도의 위험에 지속적·반복적으로 노출되는 위험이 상존하는 직무를 수행하다가 사망한 경우로 한정했지만,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김 판사는 판결문에서 "국가유공자법을 보면 순직군경이 되려면 군인이나 경찰·소방공무원이라는 신분이 반드시 필요한 것 같지만, 국가유공자법 시행령에서는 '공무원으로서 재난관리 등 생명과 신체에 고도의 위험이 따르는 직무수행 중 사망한 사람'으로 규정해 일반 공무원도 해당할 여지를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고인들은 특별한 재난상황에서 자신의 생명이나 안전을 돌보지 않고 학생들의 구조활동에 매진함으로써 통상 군인이나 경찰·소방공무원이 담당하는 생명과 신체에 고도의 위험을 수반하는 업무를 수행하다가 사망해 군인이나 경찰·소방공무원에 준하는 예우가 주어져야 하는 것이 합당하다"고 판시했다.
순직군경은 특별한 제외 대상이 아닌 경우 현충원에 안장되지만, 순직공무원은 국립묘지법에서 정하는 직무에 준하는 위험한 직무 수행 중 사망 또는 부상해 안장대상심리위원회에서 대상자로 인정받아야만 하는 등 대통령령에서 정한 요건을 충족해야 하고, 유족 보상금도 나오지 않는 등 순직군경과 순직공무원은 처우에 차이가 있다.
최 교사 아버지는 "해경구조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억울한 상황에서 보훈처가 순직군경으로 인정을 해주지 않아 소송하게 됐다"며 "늦은 감이 있지만, 지금이라도 순직군경으로 인정돼 다행"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세월호는 침몰 3년 만에 처음으로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냈다. 인양이 완료되면 세월호는 반잠수식 선박에 선적돼 목포 신항에 거치될 예정이다.
zorb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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