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인도적 지원·순수 사회·문화교류로 물꼬 터야"
대북제재 분위기 훼손 않고 국내여론 이해할 범위서 추진해야
(서울=연합뉴스) 이정진 기자 = 박근혜 정부의 대표적인 대북 제안인 '드레스덴 선언'이 발표된 지 28일로 3년이 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당시 독일 드레스덴에서 남북한 주민의 인도적 문제 해결과 남북 공동번영을 위한 민생 인프라 구축, 남북한 주민 간 동질성 회복 등 평화통일 기반 구축을 위한 3대 제안을 발표했다.
이를 바탕으로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 모자(母子) 패키지 사업, 복합농촌단지 조성, 역사·문화예술·스포츠 교류 활성화 등의 사업들이 제시됐다. '드레스덴 선언'에 담기기는 했지만 사실 과거부터 줄곧 해오던 교류협력 사업들이었다.
그러나 북한은 '드레스덴 선언'을 흡수통일 시도라고 매도하며 그나마 진행되던 사업들에 대해서도 소극적으로 나와 남북교류가 더 위축되는 결과로 이어졌다.
통일부 당국자는 27일 "비슷한 시기에 출범한 통일준비위원회에 대해 북한이 체제통일을 위한 조직이라고 오해하면서 드레스덴 선언까지 함께 엮어서 반발한 측면이 많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초 북한이 핵실험과 장거리 로켓을 연이어 발사한 뒤에는 우리 정부도 더는 '드레스덴 선언'을 입에 담지 않았고, 개성공단마저 중단되면서 남북교류는 완전히 단절돼 빙하기로 접어들었다.
정부는 북핵 문제와 관계없이 영유아나 임산부 등 취약계층에 대한 인도적 지원은 계속 진행한다고 밝히고는 있다. 하지만 "구체적인 지원 시기와 규모는 신중하게 판단한다"는 말을 덧붙였다. 현 상황에서는 사실상 '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실제 유진벨재단의 결핵약 지원 외에는 인도적 지원도 모두 끊겼다.
전문가들은 북한 핵·미사일 문제가 엄중하기는 하지만 통일을 위한 최소한의 준비를 한다는 차원에서 남북교류의 물꼬를 틀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단,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압박 분위기를 훼손하지 않고 급격히 나빠진 국내 여론의 이해를 구할 수 있는 범위에서 신중하게 진행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대북정책에 있어 비핵화라는 목표는 명확히 하고 기회가 있을 때마다 이를 북에 촉구하면서도 기본적인 교류협력은 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남성욱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는 "문화·스포츠 교류와 인도적 지원, 이산가족 상봉 등 비정치적 사안부터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핵·미사일 개발에 대한 북한의 태도 변화가 없는 한 북한에 현금이 들어가지 않는 순수 사회문화 교류와 모니터링이 수반된 인도적 지원으로 남북교류를 한정해야 국내외에서 큰 갈등을 일으키지 않고 사업을 진행할 수 있다는 의미다.
박근혜 정부에서 초대 통일부 장관을 지낸 류길재 전 장관이 지난 24일 토론회에서 "인도적인 문제라든가 민족 동질성을 회복하기 위한 사업들을 조금씩 재개하면서 남북 간 물밑 접촉을 통해 요구할 것은 요구하는 게 맞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일부에선 이런 비정치적 교류와 함께 남북 간에 정치·군사적 논의도 병행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우리 나름대로도 군사회담을 통해 비핵화를 강력하게 촉구해야 한다"면서 "이를 위해서는 북한이 관심 있어 하는 체제보장과 비방중지 등에 대해서도 논의할 자세가 돼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핵·미사일 개발에 대한 북한의 입장이 확고한 상황에서 자칫 북한의 선전전에 이용당할 가능성도 있어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동시에 나온다.
남성욱 교수는 "군사회담은 여러 조건이 무르익었을 때 마지막 단계로 추진해야 한다"면서 "아무것도 안 되는 상황에서 군사회담을 열었다가는 얻는 것도 없이 북한의 의도에 말려들어 역효과만 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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