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하모니·만담 같은 입담, 찰떡궁합 호흡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 유년 시절부터 남매는 '끼'가 다분했다.
엄마, 아빠가 들이댄 카메라 앞에서 춤을 추며 노래하거나, 훌라후프를 돌리며 재롱 잔치를 벌였다.
어느덧 사춘기를 지나 훌쩍 큰 남매는 악동뮤지션(이찬혁, 이수현)이란 듀오가 됐고, 태어날 때부터 맞춘 호흡을 객석이 꽉 찬 무대에서 펼쳐보였다.
23일 오후 8시 서강대학교 메리홀에서 열린 남매 듀오 악동뮤지션의 콘서트 '일기장'은 이들의 어린 시절 영상으로 시작됐다. 남매의 엄마가 성우 뺨치는 낭랑한 목소리로 이들이 태어나던 순간의 일기를 읽어내려갔다.
'현실 남매'가 보여준 '케미'는 웃음이 끊이지 않을 정도로 공연에서 빛을 발했다.
오빠 이찬혁이 "팀에서 작사, 작곡, 프로듀싱을 맡고 있다"고 소개하면 이에 질세라 여동생은 "팀에서 '입덕'(入+덕후·팬이 되다) 담당을 맡고 있고 열쇠고리로 만들어 갖고 싶은 이수현"이라고 맞받아치며 귀여운 '허세'로 미소 짓게 했다.
남매는 만담하듯 외모 지적을 하거나 끊임없이 티격태격하면서도 노래가 시작되면 깨끗하고 아름다운 하모니로 한목소리를 냈다.
"저희 공연에서 기대할 수 있는 매력은 순수하지만 능수능란함, 각종 행사와 예능으로 다져진 입담이죠."(이수현)
2년 전 '악뮤캠프'에 이어 두 번째 공연을 연 이들은 관객과의 거리를 좁히고자 500석 규모의 소극장을 택했다. 당초 6회 공연을 계획했지만 2회를 더 늘렸고 모두 매진됐다.
남매는 '생방송'을 시작으로 '사람들이 움직이는 게', '리얼리티', '리-바이', '오랜 날 오랜 밤' 등 음원차트를 들었다 놨다 한 곡들을 밴드 연주에 맞춰 들려줬다.
"여러분을 위한, 여러분을 향한 곡"이라며 '다리꼬지마'와 '새삼스럽게 왜'를 어쿠스틱 메들리로 선사했고, 이문세의 곡 '가로수 그늘 아래 서면'을 들려주기도 했다.
남매는 숨겨둔 '끼'를 봉인 해제하며 색다른 모습도 보여줬다.
댄스 가수 못지 않게 비트를 탔고, "헤이 브라더, 헤이 시스터"라고 외치며 "힙합신의 제우스 찬혁, 힙합 신의 세일러문 수현"이라고 힙합곡으로 랩 배틀을 벌이기도 했다.
공연 중간중간 코믹한 영상은 '깨알'같은 재미를 줬다.
tvN 드라마 '도깨비'를 패러디해 코트를 입은 공유와 빨간 목도리를 한 김고은으로 변신했고, '남매 전쟁'이란 테마로 물고 뜯는 현실 남매의 모습으로 등장하기도 했다.
이수현은 "1집 때는 오누이 콘셉트였는데 어느 순간 방송이 편해지고 행사도 많이 다니다 보니 현실 남매라고 부르더라"며 "우리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니 편해졌다"고 웃었다.
그럼에도 이들의 강점은 역시 독특한 시선의 가사와 따뜻하고 감성적인 사운드의 음악.
이찬혁은 "우린 꿈과 희망을 많이 노래했다"며 "언젠가부터 꿈이라고 말하니 어린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노래처럼 들으시는 분들이 많더라. 힙합은 멋있게 보는데 정반대의 동요처럼 부르는 노래는 왜 멋있을 수 없을까 고민했고 그런 노래를 멋있게 만들고 싶었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일곱 살 때 꿈이 '세상을 행복하게 하는 것'이었다"며 "그땐 많은 분이 '기특하다'고 하셨는데, 고등학생이 되고 성인이 되니 많은 분이 보다 구체적인 꿈을 요구하시더라. 현재 많은 20대 청춘이 어렸을 때 꾸던 꿈을 포기하고 고민을 많이 하고 계시지 않나. 그분들이 꿈을 유지할 수 있도록 응원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수현도 "우리는 여러분의 꿈을 응원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덧붙이고는 "그때 그 아이들은'을 선사해 뭉클한 감동을 줬다.
이번 공연은 회차마다 콘셉트를 달리해 악동뮤지션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꾸민 '악뮤 일기', 이찬혁의 시선으로 바라본 '찬혁 일기', 이수현의 일기를 바탕으로 꾸민 '수현 일기' 등 3가지 테마로 꾸며진다.
공연은 23~26일, 30~4월 2일까지 총 4천석 규모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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