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술한 방패-무딘 창'…슈틸리케호, 월드컵 본선행 위기

입력 2017-03-23 23:13  

'허술한 방패-무딘 창'…슈틸리케호, 월드컵 본선행 위기

상대 팀에 읽힌 '뻔한 전술' 일관…'무채색 축구'




(서울=연합뉴스) 이영호 기자 = 한국 축구의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약체' 중국을 상대로 공격수들의 발끝은 무뎠고, 수비수들의 방어막은 힘없이 무너졌다. 점유율만 앞섰을 뿐 경기 내용은 울리 슈틸리케 감독의 완패였다.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축구 대표팀은 23일 중국 창사의 허룽스타디움에서 열린 중국과 2018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 A조 6차전에서 전반 35분 위다바오에게 허용한 결승골을 끝까지 만회하지 못하면서 0-1로 무릎을 꿇었다.

이로써 한국은 최종예선 A조에서 3승1무2패(승점 10)를 기록, 이날 우즈베키스탄(승점 9)을 1-0으로 꺾은 시리아(승점 8) 덕분에 가까스로 조2위를 유지했다.

하지만 슈틸리케호는 오는 28일 시리아와 홈경기에서 패한다면 본선행의 마지노선인 조 2위 자리를 잃게 되는 것은 물론 자칫 4위까지 추락할 수 있는 위험한 상황을 맞게 된다.

공격은 물론 수비까지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맞아들어가지 않은 졸전이었다. 대표팀은 전반전에 유효슈팅조차 기록 못할 정도로 공격진의 발끝이 무뎠다.

더구나 중국이 세트피스 훈련에 초점을 맞췄다는 정보에도 허술한 대비로 결승골을 내주는 안타까운 장면까지 연출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이정협(부산)을 원톱 스트라이커로 내세우고 좌우 날개에 남태희(레퀴야)-지동원(아우크스부르크)를 펼친 4-2-3-1 전술을 꺼냈다.

섀도 스트라이커는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이 맡았고, 중원의 더블 볼란테는 기성용(스완지시티)과 고명진(알 라얀)으로 구성했다.

중앙 수비는 '중국파' 홍정호(장쑤 쑤닝)-장현수(광저우 푸리)가 나선 가운데 좌우 풀백은 김진수와 이용(이상 전북)이 담당했다. 골키퍼는 권순태(가시마 앤틀러스)가 선발로 나섰다.






슈틸리케 감독은 중국 공략의 핵심으로 좌우 풀백의 오버래핑에 이은 크로스에 방점을 찍었다. 이 때문에 크로스 능력이 좋은 김진수와 이용에게 선발을 맡겼다.

하지만 초반부터 슈틸리케 감독의 전술은 중국 수비진의 강한 압박에 먹혀들지 않았다. 좌우 풀백이 크로스를 할 틈을 내주지 않았다.

여기에 중국이 전반 초반 홈팀답지 않게 수비에 주력하자 태극전사들은 공격의 루트를 제대로 만들지 못했다. 슈틸리케 감독의 전술이 전반부터 무용지물이 됐다.

오히려 중국은 마음먹고 '선수비-후공격'으로 전반에 나서면서 결국 결승골까지 뽑아냈다.

전반 34분 역습 상황에서 중국이 장린펑이 단독 드리블로 한국의 중원을 흔들었고, 곧바로 이어진 코너킥 상황에서는 약속된 플레이로 한국 수비진을 허수아비로 만들면서 결승골까지 뽑아냈다.

전반전에 원톱 스트라이커로 나선 '황태자' 이정협은 전반 17분 위협적인 중거리 슈팅 한 차례만 선보였을 뿐 최전방에서 상대 수비진을 흔들지 못했다.

후반에 이정협 대신 투입된 김신욱(전북)도 측면 크로스가 제대로 올라오지 않으면서 장신 스트라이커의 장점을 아예 살리지도 못했다.

선수들도 상대의 강한 압박을 풀어나갈 개인기가 떨어지다 보니 패스 실수가 이어지면서 잠시 살아나는 듯했던 상승세를 스스로 망가뜨리고 말았다.

결국 최종예선 6차전까지 치르면서 사실상 4-2-3-1 포메이션 카드만 고집해온 슈틸리케 감독은 항상 '뻔한 전술'로만 나서면서 상대 팀에 '공수의 흐름'이 모두 읽히는 치명적인 약점을 이번에도 여실히 드러냈다.

'허술한 방패-무딘 창'로 일관되고 있는 슈틸리케 감독의 '무채색 축구'에 한국 축구가 힘겹게 이뤄놓은 8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의 업적이 퇴색될 위기에 처했다.

horn90@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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