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운틴 뷰 본사에 '서부 하워드' 과정 개설…'흑인 엔지니어 육성'
(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김현재 특파원 = 실리콘 밸리의 선도적 기술 기업들은 오랫동안 다양성 압박에 시달려왔다.
말로는 다양성을 존중한다고 하면서도 미국의 어떤 기업군보다 IT 기업에서는 백인 남성과 인도ㆍ중국 출신의 아시아계가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여성이나 흑인, 라틴계의 비율은 현저하게 떨어진다.
애플, 구글, 페이스북, 우버 등은 해마다 미국 국무부에 제출하는 직원의 인종별 백서에서 "흑인과 라틴계 엔지니어 유치에 힘을 쏟겠다"고 말하고 있지만, 수년 동안 그 수치는 전혀 바뀌지 않고 있다.
테크 기업의 인사 담당자들은 "소수 인종을 많이 뽑고 싶어도 적절한 인재를 찾기 어렵다"고 하소연해 왔다.
이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구글이 색다른 시도를 해 눈길을 끌고 있다.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은 23일(현지시간) "구글이 유서 깊은 흑인 대학인 워싱턴 D.C의 하워드 대학과 파트너십을 맺고 마운틴 뷰 본사에 하워드 대학 서부 분교를 설립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서부 하워드'(하워드 웨스트)로 불리게 될 이 파트너십 과정은 하워드대 컴퓨터 관련 학과 3ㆍ4학년생 25∼30명가량을 여름에 3개월 동안 실리콘 밸리로 초청해 구글 엔지니어와 하워드대 교수로 구성된 교수진에 교육을 받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구글은 이런 흑인 엔지니어 육성 프로그램을 통해 향후 5년 동안 총 750명가량의 흑인 공학도를 교육할 것으로 알려졌다.
보니타 스튜어트 구글 글로벌 파트너십 담당 수석부사장은 "하워드 웨스트는 역사적으로 유례가 없는 기회에 대한 접근을 존중해온 하워드대의 전통을 지켜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SF 크로니클은 "이런 방식의 파트너십은 실리콘밸리에서 처음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 서부 하워드의 여름학기에 참여하는 학생들은 별도의 수업료를 내지 않으며 실리콘 밸리 체류 기간 주택과 장학금 등의 특전도 구글로부터 받게 된다.
SF 크로니클에 따르면 지난 2015년 컴퓨터 과학, 컴퓨터 공학 등을 전공한 흑인 대학 졸업생은 전체의 5%가량이다. 그러나 구글의 미국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직원 가운데 흑인 비율은 단 2%에 불과하다. 특히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를 포함한 기술인력은 1%뿐이다. 미국 인구에서 흑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13%다.
SF 크로니클은 "실리콘 밸리 IT 기업들의 인력선발 방식에도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이들 기업은 해커톤이나 외부 컴퓨터 관련 활동의 성과를 토대로 인력을 뽑는 경향이 강한데, 문제는 흑인이나 라틴계는 백인이나 아시아인에 비해 가난하기 때문에 이런 외부 활동을 하기가 상대적으로 어렵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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