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린 선발원칙·뻔한 전술…슈틸리케호 예고된 참사

입력 2017-03-24 09:28   수정 2017-03-24 09:32

흔들린 선발원칙·뻔한 전술…슈틸리케호 예고된 참사



(서울=연합뉴스) 이영호 기자 = "특징도 없는 데다 변화도 없다. 지지부진한 결과만 반복되고 있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86위 중국에 덜미를 잡히면서 한국 축구 대표팀(랭킹 40위)의 9회 연속 월드컵 본선진출 도전에 빨간불이 켜진 가운데 태극전사를 이끄는 울리 슈틸리케(63·독일) 감독의 '무색무취' 전술이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한국은 23일 중국 창사의 허룽스타디움에서 열린 중국과 2018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 A조 6차전에서 세트피스 한 방에 무너지며 0-1로 패했다.

이날 패배로 한국은 3승1무2패(승점 10)를 기록, 선두 이란(4승2무·승점 14)에 승점 4차 뒤진 조 2위를 유지했다.

하지만 3위 우즈베키스탄(승점 9)과 4위 시리아(승점 8)와 승점 차도 1~2점밖에 되지 않아 오는 28일 시리아와 조별리그 7차전 결과에 따라 순위가 대폭 추락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겼다.

무엇보다 팬들은 FIFA 랭킹에서도 무려 46계단이나 떨어지고 역대 전적에서도 단 1패밖에 없었던 중국에 한국이 무기력하게 쓰러지는 모습에 화가 났다.

중국은 세계적인 명장 마르첼로 리피(이탈리아) 감독을 사령탑으로 데려오면서 변화를 추구했다.

이탈리아 축구의 '카데나치오'(빗장수비)를 짧은 순간에 이식한 듯 수비진은 견고했다.

여기에 빠른 역습과 세트피스 능력치까지 끌어올리면서 지난해 9월 최종예선 1차전에서 보여줬던 모습과는 큰 차이를 보여줬다.

하지만 정작 태극전사들은 달라진 게 없었다. 판에 박힌 4-2-3-1 전술에 '측면 크로스에 의한 골 결정'이라는 단순한 전술이 되풀이됐다.

슈틸리케 감독은 이번 중국전을 앞두고 "변화된 중국팀을 분석했고, 잘 알고 있다. 중국의 강한 압박에 잘 대응할 수 있도록 정신적으로도 잘 준비하겠다"고 말했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중국 원정에 나설 대표선수 명단을 발표할 때부터 슈틸리케 감독의 선발원칙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들끓었다.

부임 초기 '소속팀 출전 우선'이라는 원칙을 내세웠지만, 점차 희석됐다.

소속팀에서 제대로 기회를 못 잡는 유럽파 선수들에게 기회가 자주 돌아갔고, 중국 슈퍼리그 무대에서 뛰는 선수들 역시 '프리패스'를 받은 듯 당연히 승선했다.

결국, K리그 무대에서 꾸준히 좋은 성적을 내는 선수들에게는 불이익이 돌아가고 있다는 팬들의 지적까지 나왔다.

선발원칙이 흔들린 것도 아쉽지만, 슈틸리케 감독의 '축구 색깔'이 어떤 것인지 팬들은 물론 축구 전문가들도 감을 잡지 못하는 게 더 큰 문제다.

슈틸리케 감독은 꾸준히 4-2-3-1 전술을 바탕으로 모든 경기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측면 돌파에 이은 크로스'는 상대의 강한 압박에 힘을 쓰지 못했고, 세트피스의 날카로움은 찾아볼 수 없다. 그렇다고 수비가 견고한 것도, 중원이 튼튼한 것도 아니다. 상대에 따라 다양한 방법의 공격을 시도하는 전술적 변화도 느끼기 어렵다. 말 그대로 '무색무취 전술'이다.

박문성 SBS 축구해설위원은 "자기 선수들의 특징을 잘 파악해서 우리만의 축구를 하는 것도 좋지만 중요한 것은 상대 팀에 따른 전술 변화가 보이지 않는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매번 지지부진한 경기 내용이 반복되는 것도 심각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horn90@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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