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오는 25일부터 MBC TV 주말극 '당신은 너무합니다'의 주인공이 구혜선에서 장희진으로 바뀐다.
인터넷 뉴스를 접하지 않은 상당수의 중년·노년층 시청자는 무척이나 황당한 경험을 할 듯하다.
지난 4일부터 6회 동안 극중 '유쥐나' 역을 맡았던 구혜선이 건강 문제로 갑자기 하차하면서 25일 방송되는 7회부터 '유쥐나'를 장희진이 연기하기 때문이다.
어차피 '연기'이고 '연극'이긴 하지만, 그래도 드라마 중간 배우가 교체되는 것은 시청자에게 큰 혼란을 안겨준다.
그런데 이런 경우가 '왕왕' 있다. 사전제작 드라마가 아닌 다음에야 촬영 도중 불가항력적인 일이 종종 발생하기 때문이다.
MBC TV는 공교롭게 최근 주말극 주인공을 연달아 중도 교체하게 됐다.
'당신은 너무합니다'의 직전 작인 MBC TV '불어라 미풍아'도 13회에서 악녀 박신애를 연기하던 배우가 교체됐다.
오지은이 촬영 중 발목 전방인대가 파열돼 전치 8주의 진단을 받아 수술을 받게 되면서 임수향이 바통을 이어 박신애가 됐다.
그나마 첫방송을 하기 전에 교체되면 천만다행이다.
2011년 MBC TV '나도, 꽃'의 남자 주인공은 방송 직전 김재원에서 윤시윤으로 교체됐다.
김재원이 첫 촬영날 스쿠터를 타다 넘어지면서 어깨를 심하게 다쳤기 때문이다. 스쿠터가 90도 가까운 각도로 공중으로 들리면서 김재원의 어깨가 탈골했다.
제작진은 부랴부랴 윤시윤을 김재원의 대타로 캐스팅해 예정된 스케줄에 맞춰 방송을 시작했다.
2012년에는 SBS TV '다섯손가락'의 여주인공이 방송을 앞두고 촬영 도중 티아라 은정에서 배우 진세연으로 교체됐다. 이때는 은정과 제작진 간의 불화가 원인이었다.
2002년 KBS 2TV 대하사극 '명성황후'는 '무려' 타이틀 롤 명성황후를 방송 후반 교체해야 했다. 높은 시청률로 드라마가 연장하면서 빚어진 사태다
2001년부터 명성황후를 연기해오던 이미연이 출연계약 기간이 만료되자, 영화 출연을 위해 '명성황후' 제작진의 연장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79회에서 하차했다. 이미연의 바통은 최명길이 이었다.
박준금은 '원조 대타' 출신이다.
그는 원미경의 대타로 출발했다. 1982년 KBS 연속극 '순애'의 여주인공이던 원미경이 개인 사정으로 16회 만에 하차하면서 생짜 신예 박준금에게 기회가 왔다.
박준금은 경희대 무용과 재학 중이던 1980년 '국풍80' 행사에 참여했다가 KBS PD의 눈에 띄었는데, 그 PD의 추천으로 카메라 테스트를 받자마자 다음날부터 바로 '순애' 촬영에 들어갔다.
드라마가 대타를 투입하는 것은 '사고'지만, 전화위복이 되기도 한다.
임수향의 악녀 연기가 화제가 되면서 '불어라 미풍아'는 중반 이후 시청률 20%를 넘어섰다.
박준금의 '순애'도 대박을 쳤고, 최명길은 때마침 극 전개 흐름상 원숙한 명성황후가 등장해야 할 시점에 투입돼 '명성황후'의 인기를 끝까지 끌고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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