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98년 한 컷의 그림에 담긴 제국주의 세력의 민낯

입력 2017-03-24 11:02  

1898년 한 컷의 그림에 담긴 제국주의 세력의 민낯

신간 '풍자화로 보는 세계사: 1898'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갓을 쓰고 두루마기를 걸친 조선 남성이 음식이 담긴 커다란 그릇을 두 서양인에게 내밀고 있다. 조선 남성은 어수룩하게 묘사됐지만, 서양인들은 큰 눈을 부라리며 음식을 내놓으라고 재촉하고 있다.

서양인의 외모와 복장을 보면 영국과 러시아 사람으로 추정된다. 그릇에는 프랑스어로 '세관'(DOUANES)이라고 적혀 있다. 서구 열강이 경쟁적으로 조선을 침탈하려는 모습을 풍자한 1898년의 그림이다.

당시 러시아는 1885년 거문도를 점령했던 영국이 철수하자 한반도 진출을 본격화했다. 1897년에는 조선의 재정 고문을 맡고 있던 영국인 맥리비 브라운을 몰아내고 러시아인을 그 자리에 앉히려 했다.

석화정 공군사관학교 교수가 쓴 신간 '풍자화로 보는 세계사: 1898'(지식산업사 펴냄)은 이 삽화처럼 1898년의 세계정세를 보여주는 풍자화를 모은 책이다.

석 교수가 2007년 출간한 '풍자화로 보는 러일전쟁'의 후속편으로, 책에 실린 풍자화는 대부분 미국 스탠퍼드대와 하와이대에서 수집됐다.

1898년은 제국주의가 절정에 달했던 시기로, 세계의 4분의 1 이상이 유럽 국가의 지배를 받았다. 스페인, 포르투갈, 중국, 터키는 쇠퇴한 반면, 독일과 벨기에, 이탈리아, 미국, 일본이 부상했다.


이 같은 변화는 '정글에서의 위협적인 반란'이라는 풍자화를 보면 한눈에 알 수 있다. 커다란 왕관을 쓴 영국 사자가 위풍당당하게 앉아 있고, 그 옆에는 미국 독수리가 있다. 왜소한 체구의 스페인 원숭이는 그루터기에 주눅이 든 채 앉아 있지만, 프랑스 원숭이는 목청 높여 무언가를 이야기하고 있다.

프랑스 풍자화가 조르주 비고의 작품 중에는 나막신을 신은 일본 남성이 서양인으로 가득한 클럽 안에 들어가는 장면을 담은 그림도 있다.


저자는 "1898년의 풍자 이미지에는 대외관계를 결정하는 데 힘에 의한 국제관계가 가장 중요한 요소였다는 사실이 반영돼 있다"며 "제국의 부침에 따라 피지배국가와 제국의 상징도 변화했다"고 지적한다.

그러면서 "영국민과 미국민이 나란히 세계화를 거스르는 자국민 우선주의를 선택하면서 올해도 1898년만큼이나 중요한 변곡점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336쪽. 2만원.


psh59@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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