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산 선생이 세운 '최초의 코리아타운' 파차파캠프 현판식
(리버사이드<미국 캘리포니아주>=연합뉴스) 옥철 특파원 = 23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 동남부 리버사이드.
LA 도심에서 80㎞ 떨어진 한적한 소도시에 한인들이 하나둘 모였다.
도산 안창호(1878∼1938) 선생이 1905년 미국에 세운 최초의 한인촌 '파차파 캠프(Pachappa Camp)'의 사적지 지정 현판식이 열린 것이다.
"이곳은 코리아타운의 효시이다. 당시 주소는 1532 파차파 애비뉴인데…도산공화국으로도 알려진 이곳은 약 100명이 함께 거주했던 곳으로 20여 채의 가옥이 판자촌을 형성했으며…"
파차파 캠프 현판에는 '1호(No 1)'라는 숫자와 '1905∼1918'이라는 연대 표기가 기입돼 있다.
각종 사료를 발굴해 리버사이드시 의회의 사적지(시 문화관심지) 지정을 끌어내는 데 공헌한 장태한 캘리포니아 리버사이드대(UC리버사이드) 김영옥재미동포연구소장은 "1910년 신한민보에는 이곳 리버사이드에서 한인회 1차 사업이 진행됐다는 기록도 남아있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재미 한인사회는 역사의식이 없다면 정체성을 확립할 수 없다"면서 "미주한인사를 바로 아는 것, 새롭게 재조명하는 것이 첫걸음"이라고 강조했다.
도산 선생은 1904년 샌프란시스코에서 내려와 리버사이드에 정착했다고 한다. 이듬해 공립협회를 세웠고 1906년 신민회, 1909년 대한인국민회를 잇달아 만들고 1913년 흥사단 설립의 초석을 닦은 곳이 바로 이곳이다.
초기 파차파 캠프에는 한인 50여 명이 거주하며 오렌지 농장에 인부로 고용돼 일했다고 한다. 도산 선생은 파차파 공동체를 일궈내며 신민회와 흥사단 설립 구상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날 현판식에는 귀중한 손님이 자리를 함께했다.
도산 선생의 막내아들인 랠프 안(91·한국명 안필영) 옹이 직접 나와 현판식 기념사를 했다.
안 옹은 "아버지가 처음 이곳에 오던 때는 일본과 러시아가 한반도를 강점하려 하던 시기였다. 우리나라는 국제사회를 향해 '코리아는 독립을 유지해야 한다'고 외쳐야 했던 시기였다"면서 "이곳 리버사이드의 공동체가 그런 행동을 주도했다"고 말했다.
그는 "리버사이드는 시트러스(오렌지류)의 수도였다. 이곳에서 네이블 오렌지를 처음 기르던 50명의 한인을 기억해야 한다. 그 시기가 바로 민주주의와 평등, 독립의 아이디어가 움트던 때이기 때문이다"라고 강조했다.
이기철 로스앤젤레스(LA) 총영사는 "도산 선생이 오렌지 하나를 따더라도 애국심을 갖고 일해야 한다고 동포들에게 일러주던 옛 사진이 있다"면서 "이곳은 우리 선조들이 오랜 역경을 딛고 살아온 역사를 간직한 곳"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 총영사는 "차세대 재외동포의 정체성 강화를 위해 더 큰 의미가 있다"면서 "리버사이드시와 함께 도산의 뜻을 기억하며 동포사회가 발전해나가길 기원하겠다"고 다짐했다.
현판식에는 러스티 베일리 리버사이드 시장도 참석했으며, 미주 도산기념사업회와 인랜드 한인회가 행사를 후원했다.
oakchu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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