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연합뉴스) 김 현 통신원 = 소셜미디어 생중계로 범죄를 목격하고 신고하지 않은 이에게 방임죄 적용이 가능할까.
미국 시카고의 15세 소녀가 집단 성폭행당하는 장면이 페이스북을 통해 생중계되고, 40여 명이 이를 실시간으로 지켜보면서 아무도 신고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안긴 가운데 시청자 책임을 놓고 논란이 일었다.
23일(현지시간) 시카고 언론에 따르면 시카고 범죄조직원 5~6명이 대입준비고등학교 여학생(15)을 성폭행하면서 페이스북으로 생중계한 사실이 피해자 가족의 신고로 뒤늦게 알려졌다.
에디 존슨 시카고 경찰청장은 지난 21일에야 페이스북에 동영상 삭제를 요청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가해자 중 한 명이 피해 여학생과 아는 사이라며 용의자 신원 확인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동영상에는 공포에 찬 얼굴로 성폭행당하는 여학생의 얼굴이 보이지만 경찰에 신고한 사람은 없었다.
수사당국은 "동영상 시청자를 구체적으로 확인하기 위해서는 페이스북에 소환장을 보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범죄 활동과 연계된 사실을 입증해 보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페이스북 대변인은 "이용자 안전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폭력 영상은 모두 삭제될 것"이라며 "이런 범죄는 매우 끔찍하며 페이스북은 이런 종류의 콘텐츠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기본 입장을 밝혔다.
시카고 트리뷴은 "범죄 현장 목격자의 의무는 무엇인가, 이들은 왜 폭력을 막으려 하지 않았을까"라고 의문을 던졌다.
노스웨스턴대학 법대 제프리 어댄젠 교수는 "동영상을 보고도 경찰에 신고하지 않는 것이 불법은 아니다"라며 "아동·청소년 이용 음란물도 다운로드하지 않는 한 혐의를 부과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법률전문가들은 "미국에서는 폭력 행위를 보게 된 사람이 상황에 개입하거나 경찰에 선고해야 할 어떠한 의무도 없다"고 전했다. 소위 '의무 없음' 원칙으로 불리지만, 예외는 있다.
많은 주에서 공격받고 있는 피해자가 어린이인 경우, 반드시 중재에 나서도록 하는 법을 채택하고 있다.
목격자와 피해자의 관계도 형사·민사상의 책임을 결정하는 요소가 된다. 고용주가 종업원에게, 교사는 학생에게, 배우자는 상호 간에 책임이 있다.
폭력범죄 현장이 페이스북으로 생중계돼 경찰이 수사에 나선 것은 시카고에서만 올해 들어 벌써 두 번째 일이다.
지난 1월에는 4명의 흑인(10대 3명, 20대 1명)이 정신적 장애가 있는 백인 청년 1명을 48시간 동안 잡아놓고 인종적 욕설을 퍼부어 가며 구타하는 장면을 페이스북으로 생중계했다가 이용자의 신고로 경찰에 검거됐다.
chicagorh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