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식량자원 주목…국내서도 4종 식품원료 승인
맛·영양 우수…분말 형태로 사용해 거부감 거의 없어
(전국종합=연합뉴스) 박병기 기자 = 충북 옥천의 순대 제조업체인 글로벌 푸드는 지난해 소비자 눈길을 확 잡아끄는 이색 제품을 출시했다. 식용곤충인 갈색거저리를 넣어 만든 '곤충 순대'다.
곤충이라고 해서 꼬물거리며 기어다니는 징그러운 모습을 상상하면 오해다. 바싹 말린 갈색거저리 유충을 분말 형태로 갈아 넣어 영양과 고소한 맛을 강화하면서 시각적인 거부감은 없앴다.
정확히 말하면 곤충이라기보다 곤충에서 추출한 단백질을 활용한 식품이다.
갈색거저리는 딱정벌레목의 곤충이다. 유충은 고소한 맛이 난다고 해서 '고소애'라고 불린다. 이 제품의 이름도 '고소애 순대'로 정했다.
이 순대는 현재 프렌차이즈 업체 2곳을 통해 전국 대리점에 공급되고 있다. 이달 말에는 청주시 서원구 남이면 남청주IC 인근에 판매점 1곳이 새로 문을 연다.
글로벌 푸드 박남규 대표는 "돼지기름 대신 곤충 분말을 넣어 순대 특유의 비릿하고 느끼한 잡내를 잡아냈다"며 "곤충이 들어있다는 말에 꺼림칙한 반응을 보이던 여성들도 막상 고소하고 담백한 맛을 보고 나면 마니아가 된다"고 말했다.
순대 제조법을 특허 출원한 이 업체는 돈가스와 누룽지 등으로 고소애 적용 범위를 넓혀가는 중이다.
식용 곤충을 이용한 식품개발이 활기를 띠고 있다. 단백질 함유량이 소고기의 2배 웃돌고, 마그네슘·칼슘 등 무기질도 많아 새로운 식품소재로 주목받는 것이다.
충주의 농업회사법인 초록마루는 최근 갈색거저리 분말로 맛과 영양을 한층 높인 '고소애 허니 버터 과자'를 개발했다.
고소애 가루를 5% 첨가해 바삭거리면서 고소한 맛을 내는 게 특징이다.
한국곤충산업협회 회원들을 대상으로 연 시식회에서도 영양은 물론 맛도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켰다는 평가가 나왔다.
법인 관계자는 "종전의 허니 버터 스틱이 단순히 '맛있는 과자'였다면, 새 제품은 '건강하고 맛있는 과자'"라고 설명했다.
이 제품은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판매 허가를 받은 상태다. 머지않아 마트에서 구입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옥천의 농업회사법인 산애들은 귀뚜라미 분말을 넣은 면(麵) 개발에 나섰고, 인근 백세장수농장은 장수애(장수풍뎅이 유충)를 이용한 액기스 제품을 개발하는 중이다.
이미 선진국들은 차세대 먹거리로 곤충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일본과 유럽 등지서 식용곤충 연구가 상당 부분 진행됐고, 미국 맨해튼에도 귀뚜라미 등을 요리 재료로 쓰는 곤충식당 여러 곳이 성업 중이다.
2050년 세계 인구가 90억명에 이르고, 식량 위기가 지금보다 훨씬 심각해진다는 경고가 나오면서 유엔식량농업기구(FAO)조차도 곤충을 '작은 가축(little cattle)'이라고 명명한 바 있다.
우리나라에도 지난해 서울과 경기에 곤충요리 전문식당 '빠삐용의 키친'이 문을 열었다. 그리 큰 규모는 아니지만, 호기심을 가진 고객들의 입소문을 타면서 서서히 매출이 늘어나는 추세다.
이에 발맞춰 정부에서도 지난해 고소애, 쌍별이(쌍별귀뚜라미), 꽃벵이(흰점박이꽃무지 유충), 장수애 등 예로부터 식용으로 쓰이던 곤충 4종을 일반식품원료로 인정했다. 본격적인 곤충식품산업이 시작된 것이다.
식용곤충의 품질관리를 위한 사육 기준 등이 마련되면서 지자체들도 앞다퉈 곤충산업 육성에 뛰어들고 있다.
충북도 등이 '곤충산업 육성 및 지원조례'를 만든 데 이어 사육시설 지원, 연구소 설치, 곤충랜드 조성 등 여러 가지 소득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국내 식용곤충산업 시장규모가 2015년 60억원에서 2020년 1천14억원으로 급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희삼 국립농업과학원 곤충산업과장은 "지난해 곤충이 식품원료로 인정받는 의미 있는 해였던 만큼, 올해는 사료와 애완시장으로 다양하게 진출하는 기틀을 다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곤충산업이 서서히 블루오션으로 떠오르고 있으며, 우리나라도 이 분야에서는 결코 뒤처지지 않은 상태여서 정책지원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bgipark@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