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멘 내전 2년…국제사회 외면 속 최악의 인도주의 위기

입력 2017-03-24 15:20  

예멘 내전 2년…국제사회 외면 속 최악의 인도주의 위기

7천700명 사망·4만2천명 부상·피란민 300만명

(서울=연합뉴스) 정광훈 기자 = 사우디 아라비아 주도 아랍동맹군이 예멘 시아파 반군을 전격 공습하면서 시작된 예멘 내전이 오는 26일로 발발 2년이 지나지만, 분열은 고착화하고 민간인 피해와 고통은 인도적 재앙 수준에 이르렀다.

유엔에 따르면 2015년 3월 26일 이후 2년간 계속된 내전으로 어린이 1천500명을 포함, 7천700명이 숨지고 4만2천500명이 부상했다. 집을 잃고 흩어진 주민도 300만 명에 달한다.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은 구호 지원이 필요한 기근 지역 주민을 700만명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란의 지원을 받는 시아파 반군 후티와 아랍동맹군 간 충돌은 격화하고, 이슬람 가치 수호를 내건 성전(聖戰)인 지하디즘이 위세를 떨치는 가운데 기아와 가뭄은 세계 차원의 위기로 떠올랐다.

사우디는 자국에 망명한 아베드라보 만수르 하디 예멘 대통령을 지키기 위해 걸프 왕정국들과 이집트, 모로코 등으로 동맹군을 결성해 '단호한 폭풍'이라는 작전명 아래 반군 후티를 압박했다. 시아파 맹주이자 숙적인 이란을 후티의 배후로 보는 사우디는 예멘 정세 불안이 자국에 미칠 영향에 촉각을 세우지 않을수 없었다.

내전이 조기에 끝날 것으로 기대한 사우디는 공습 개시 한 달 만에 작전명을 '희망 회복'으로 바꿨지만, 예멘 정부군과 친정부 민병대가 지상전에서 후티에 밀리면서 내전은 장기화 국면으로 치닫고 희망 회복은 기대하기 더욱 어려워졌다.

런던 채텀 하우스의 피터 솔즈베리 연구원은 23일 AFP 통신 인터뷰에서 내전이 "수렁에 빠졌다"며 "예멘 자체가 단일 국가로 기능하는 미래를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분열했다"고 지적했다.

아랍동맹의 재정적·군사적 지원을 받는 여러 파벌이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예멘 정부편에서 후티 세력과 싸우지만 미래를 점치기 어려운 상황이다. 내전이 조만간 끝날 것 같지도 않지만, 끝나더라도 반 후티 세력 내부 갈등이 고조되며 내분을 겪게 될 것으로 보는 전문가들이 적지 않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 객원 연구원 애덤 배런은 예멘의 엘리트들이 자신들의 이익만 추구하면서 "온 나라가 결딴이 났다"고 진단했다. 그는 심각한 인도주의 위기 속에서 정부 기관과 치안이 무너져 일반 국민이 최대 희생자가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불행하게도 터널 끝에 불빛이 나타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고 우려했다.

유엔은 예멘이 세계 최악의 인도주의 위기에 직면했다고 최근 경고했다. 유엔과 존 케리 전 미 국무장관의 평화 중재 노력으로 7차례 휴전이 발효되기도 했지만 전쟁을 멈추는데 실패했다.

새로 출범한 도널드 트럼프 미 정부는 미군을 동원해 알카에다 지부인 아라비아반도 알카에다(AQAP)의 예멘 거점을 공습하는 등 사태 개입을 확대하는 추세다. 이란에 강력한 경고와 견제의 메시지를 던지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란을 세계 최대 테러 후원국으로 보는 미국과 사우디는 이란이 후티 반군을 무장시켜 역내 불안을 부채질하고 있다는 인식을 공유하고 있다. 걸프 왕정 국가들은 이라크, 시리아, 레바논 등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이란이 아라비아 반도를 포위하려 한다며 이에 맞서 자위적 차원에서 예멘 내전에 개입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분쟁 전문 연구기관인 국제위기그룹의 연구원 요스트 힐터만과 에이프릴 롱리 앨리는 지난달 포린폴리시 기고문에서 이란 배후설을 뒷받침할 증거가 별로 많지 않다고 지적했다. 두 연구원은 "트럼프 정부가 예멘 내전에 전면 개입할 경우, 분쟁이 통제 불가능해질 가능성이 아주 크다"고 경계했다.

트럼프 행정부로선 역내 최대 우방인 사우디의 이익을 지킨다는 명분과 알카에다와 수니파 극단주의 이슬람국가(IS)를 억제해야 한다는 전략적 과제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하는 게 중요해졌다. 미국이 예멘 내전에 깊숙이 끌려 들어갈 경우, 제2의 아프간 악몽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는 경고도 나오고 있다.

무기력하고 인기 없는 하디 대통령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로부터 정통성을 인정받았지만, 현 위기를 헤쳐나갈 지도력이 의심받고 있다. 아랍동맹군으로선 하디 대통령을 포기하기도 쉽지 않아 극적인 사태 변화도 기대하기 어렵다.

진퇴가 어려워진 아랍동맹군이 소모적 개입을 지속하고, 미국은 전략적 균형을 계산하며 강온 개입을 반복하는 상황도 예상된다. 국제사회의 관심이 시리아와 이라크에 쏠려 있는 가운데 아라비아 반도의 '잊혀진 전쟁'은 계속되고, 그로 인한 고통과 희생은 고스란히 국민들 차지가 되고 있다.









barak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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