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전명훈 기자 =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이 10번째 연임에 성공해 이번 주 내내 증권가뿐 아니라 금융권에서 화제가 됐다. 생명력이 점점 짧아지는 은행, 증권, 보험 등 금융업계를 통틀어 한 회사를 11년째 이끄는 최장수 최고경영자(CEO)라는 기록을 갖게 됐다.
유 사장은 23일 열린 한국투자증권 주주총회에서 열 번째 연임에 성공했다. 이미 '직업이 CEO'인 직장인으로 불려온 유 사장은 10년 전인 2007년에 47세로 '최연소' CEO 기록을 세우더니 '최장수' CEO에도 오르게 된 것이다.
증권업계 CEO의 평균 재임 기간이 3년 남짓인 점에 비춰보면 10번째 연임은 전무후무한 기록으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경북 안동 출신인 유 사장은 고려대 사범대 부속고와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한일은행을 거쳐 1988년 당시 증권업계 1위였던 옛 대우증권에 입사했다.
1992∼1999년 대우증권 런던법인 재직 시절에 당시 한국 주식 거래량의 5%를 혼자 매매해 '전설의 제임스'(Legendary James)로 불렸다고 한다.
귀국 후에는 메리츠증권, 동원증권 등에서 경력을 쌓았다. 동원증권이 한국투자증권과 합병한 2005년에 부사장이 됐고 2007년 업계에서 가장 어린 사장으로 CEO 생활을 시작했다.
직업이 CEO로 통하는 유 사장은 늘 '사람'을 강조했다. 그는 "최고의 인재가 최고의 대우를 받을 때 최고의 성과를 낸다"며 '선순환 경영' 철학을 주창하며 철저한 성과 보상을 강조해 왔다. "증권업계에서 사람이 빠져나가면 컴퓨터와 사무실만 남는다"는 게 유 사장의 지론이다.
퇴사율이 높은 지점엔 직접 찾아가 직원들과 대화를 나누고 인재 유출을 막았다. 신입사원 공채가 부담된다는 지적에도 인재를 놓치는 것이 장기적으로는 더 큰 손해라며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신입사원을 공개 채용했다.
이런 유 사장의 소통의 리더십이 효과를 발휘해 한국투자증권 직원의 평균 근속 기간은 10년 이상으로 경쟁사보다 길다.
유 사장은 특유의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한국투자증권을 이끌며 자산관리(WM)와 투자은행(IB) 부문 역량 강화에 집중했다.
성과 역시 괄목할만하다. 취임 당시 1조7천900억원 수준이던 한국투자증권의 자기자본은 4조원대로 불어났고 고객 예탁자산은 2007년 말 60조원대에서 현재 150조원대로 늘어났다. 자산 규모는 국내 4위 수준이지만, 순이익 규모는 2011∼2014년 4년 연속 1위를 포함해 업계 1∼2위 자리를 놓치지 않았다.
최근 유 사장은 올해를 "초대형 투자은행(IB) 간 대전(大戰)이 시작되는 해"라고 말한다. 이 싸움에서 우위를 놓치지 않겠다는 것이 유 사장의 목표다.
유 사장은 11번째 임기가 시작되고서 "11년차 CEO가 아니라 1년차로 새로 출발한다는 마음으로 임직원의 의지와 역량을 모아 아시아 최고의 투자은행을 향해 매진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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