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2016헌나1' 박근혜 탄핵심판 백서 만든다

입력 2017-03-26 07:55   수정 2017-03-27 08:09

헌재, '2016헌나1' 박근혜 탄핵심판 백서 만든다

헌재 30년 역사상 첫 심판백서…헌정사적 중대성 기록

내부 판단 과정 담길 가능성…이르면 하반기께 윤곽



(서울=연합뉴스) 방현덕 기자 =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이란 역사적 결단을 내린 헌법재판소가 탄핵심판 전 과정을 담은 백서를 만들기로 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건의 당사자가 아닌 헌재가 직접 개별 심판에 대한 백서를 펴내는 것은 1988년 설립 이후 약 30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김이수 소장 권한대행이 이끄는 헌재 전원재판부는 최근 이 사건의 헌정사적 의미를 기록하기 위해 백서를 제작하기로 합의했다.

구체적 내용은 확정되지 않았지만 마치 '블랙박스'처럼 박 전 대통령 탄핵이 인용되기까지의 모든 것을 집대성해 일반에 공개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국회의 탄핵소추 결의에서부터 91일간 진행된 20차례 변론에서의 양측 주장, 최순실씨 등 25명의 증인신문 내용 등이 포함된다.

검찰 특별수사본부의 국정 농단 수사 결과 등 사건 기록 6만5천여 쪽 역시 백서 작성에 상당 부분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헌재는 특히 그간 외부에 알려지지 않은 재판부 내부의 논의나 의사 결정도 백서에 일부 담는 방안을 신중하게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적으로 선출된 대통령을 헌법 수호를 위해 파면키로 판단한 배경과 재판관들이 그 과정에서 겪은 고뇌의 흔적을 남기겠다는 것이다.

대통령 직무 정지로 재판관 공석을 채우지 못해 생긴 절차적 시비처럼 이번 탄핵심판을 통해 노출된 제도적 미비점에 대한 개선 방향도 제언할 전망이다.


헌재는 통상 한 사건이 종결되면 양측 주장과 심판 진행 과정을 종합한 '자료집'을 만들어 연구용 기록으로 남긴다.

사상 첫 정당해산 결정인 통합진보당 사건도 자료집만 제작된 점을 고려하면 백서 편찬은 헌재가 이번 탄핵심판에 남다른 역사성을 부여한다는 방증으로 읽힌다.

이는 국가의 최고 권력자라도 헌법질서를 거스르는 것은 결코 용납될 수 없다는 엄중한 규범을 현실에서 구현한 첫 사례이기 때문이다.

대통령에 대한 탄핵 청구가 인용된 사건이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드물다는 점도 백서의 사료로서의 가치를 더한다.

헌재는 백서 작성에 앞서 이번 탄핵심판이 향후 '역사가 헌재를 판단하는 잣대'가 될 거란 점 역시 깊이 염두에 두고 있다.

이정미 전 헌재소장 권한대행이 파면 선고 서두에 "역사의 법정 앞에 서게 된 당사자의 심정으로 이 선고에 임하려 한다"고 언급한 이유다.

통상적 사건의 자료집 제작이 6개월에서 1년이 걸리는 점을 고려하면 탄핵심판 백서는 이르면 올해 하반기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예상된다.

헌재는 또 89페이지 분량의 박 전 대통령 탄핵심판 결정문을 영어로 완역하는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반적인 사건은 선고 요지 형태의 축약된 영문 결정문을 만들지만 이번 사건은 중대성을 고려해 전문을 모두 옮긴다는 방침이다.

대통령이 파면된 사례는 사법 수준이 성숙한 국가 중에선 사실상 유일하기 때문에 결정문에 대한 각국 기관의 수요가 상당한 상태다.

banghd@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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