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망명 前러시아 의원 피살 사건 싸고 양국 책임 공방

입력 2017-03-24 19:14  

우크라 망명 前러시아 의원 피살 사건 싸고 양국 책임 공방

우크라 "크렘린이 배후" vs 러시아 "우크라 당국이 살해 공작"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우크라이나로 망명한 전(前) 러시아 하원 의원이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 시내에서 대낮에 괴한의 총에 맞아 살해된 사건을 두고 양국이 치열한 책임 공방을 벌이고 있다.

우크라이나 TV 방송 '1+1' 등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내무부는 23일(현지시간) 키예프 시내에서 피살당한 전(前) 러시아 공산당 소속 하원 의원 데니스 보로넨코프(45)가 러시아 정보기관 요원에 의해 살해됐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 내무장관 고문 안톤 게라셴코는 방송 인터뷰에서 "킬러의 신원과 경력이 파악됐다"면서 "보로넨코프는 우크라이나 권력기관에 침투한 러시아 정보요원에 의해 피살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국적자인 살해범이 지난 2014년 러시아 정보기관에 포섭된 뒤 한동안 우크라이나 국가근위대에서 근무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현지 언론은 살해범에게서 우크라이나 국가근위대가 발급한 신분증이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유리 루첸코 우크라이나 검찰총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보로넨코프가 빅토르 야누코비치 전 우크라이나 대통령에 대한 검찰 수사와 관련해 진술한 것이 살해 동기가 됐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그러면서 "이는 크렘린(러시아 당국)의 일상적인 증인 본보기 징벌"이라고 규정했다.

보로넨코프는 피살 전 우크라이나 검찰에 지난 2014년 축출된 뒤 러시아로 망명한 야누코비치 전 대통령에 대한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 내무장관 고문 조랸 슈키략도 이번 범죄가 크렘린의 지시로 이루어졌다면서 "우크라이나 영토에서 저질러진 러시아의 도발 활동을 폭로하는 진술을 한 사람에 대한 보복으로 크렘린의 직접적 지시로 범행이 이루어졌다"고 주장했다.

전 러시아 하원의원으로 보로넨코프와 마찬가지로 우크라이나에 망명한 일리야 포노마료프는 보로넨코프가 피살 전 신변 안전을 걱정해 우크라이나 대통령 행정실에 경호를 요청했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러시아 측은 보로넨코프가 우크라이나 당국에 의해 살해됐다고 반박했다.

피살자가 한때 몸담았던 러시아 공산당 당수 겐나디 쥬가노프는 보로넨코프가 우크라이나 보안국과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공작에 의해 살해됐다는 주장을 폈다.

개인적으로 보로넨코프와 알고 지낸 러시아 공산당 당원 알렉세이 페트로폴스키는 보로넨코프를 정보원으로 이용했던 우크라이나 당국이 필요한 정보를 모두 얻자 그를 살해한 것이라고 추정했다.

이어 우크라이나는 마치 러시아가 보로넨코프 살해의 배후인 듯한 언론전을 펴면서 이번 사건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우크라이나 언론은 24일 보로넨코프 살해범이 28세의 우크라이나인 파벨 파르쇼프로 확인됐다면서 그가 사기 등의 혐의로 수사당국의 수배를 받아왔다고 전했다.

지난해 말 우크라이나로 망명했던 보로넨코프는 23일 오전 11시 25분께 키예프 시내의 프리미어팔라스 호텔 인근에서 괴한의 총격을 받아 즉사했다. 그를 살해한 범인도 보로넨코프 경호원의 총에 맞아 중상을 입은 뒤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이후 사망했다.


cjyou@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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