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그라지지 않는 '브라질닭' 파문…"찝찝해서 못먹겠다"

입력 2017-03-25 10:30  

사그라지지 않는 '브라질닭' 파문…"찝찝해서 못먹겠다"

수입 닭고기 검역 강화 주장도

(서울=연합뉴스) 정빛나 기자 = 브라질발(發) '썩은 닭고기' 파문이 좀처럼 사그라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문제의 닭고기가 우리나라에는 수입되지 않았다는 정부 발표에도 먹거리에 민감한 소비자들이 심하게는 '치킨 포비아'(공포증) 반응까지 보이자 식품업계는 대부분브라질닭 사용을 중단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수입 닭고기 검역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 "썩은 닭 수입안됐다" 발표에도…브라질닭 '퇴출'

25일 농림축산식품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브라질에서 발생한 축산물 부정유통과 관련해 문제가 된 업체들은 한국으로 닭고기를 수출한 적이 없다는 사실이 브라질 정부로부터 공식 확인됐다.

앞서 브라질에서는 현지 30여개 대형 육가공업체들이 썩은 고기의 냄새를 없애려고 사용이 금지된 화학물질을 쓰고, 유통기한을 위조하는 등 위생 규정을 어기고 수출까지 한 사실이 현지 경찰 수사 결과 드러나 파문이 일었다.

특히 우리나라로 닭고기 수출을 하는 'BRF'라는 업체까지 이번 사건에 연루됐다는 보도가 나오자 정부는 지난 20일 즉각 BRF 닭고기의 국내 유통을 중단 조치했다.

그러나 바로 다음 날 문제가 된 21개 작업장에서 제조된 닭고기가 우리나라로는 들어오지 않은 사실이 확인되자 곧바로 유통중단 조치를 해제했다.

정부가 수입 현황 파악도 정확히 안 된 상황에서 지레 겁을 먹고 성급하게 대응하다 벌어진 일종의 '해프닝'이었던 셈이다.






하지만 이 사건이 국내 유통·식품업계에 몰고 온 파장은 단순 해프닝 수준으로 끝나지 않았다.

대형마트 3사는 정부의 BRF 닭고기 유통 중단 조치가 나오자마자 브라질산 닭고기를 매대에서 전량 뺐고, 편의점 업계도 대부분 브라질산 닭고기가 사용된 제품의 발주를 중단했다.

국내로는 부패 닭고기가 수입되지 않았다는 정부의 발표 뒤에도 판매 중단 조치는 이어졌다.

토종 버거·치킨 프랜차이즈 업체 '맘스터치'는 BRF사 닭고기를 원료육으로 사용했던 강정류 제품 3종의 판매를 중단했고, KFC는 국내산과 브라질산 닭고기를 섞어 만든 '치킨 불고기 버거' 패티를 100% 국내산으로 교체하기로 했다.

CJ제일제당의 '고메 순살 크리스피', 마니커에프앤지의 '순살치킨가라아게' 등은 생산이 중단됐다.

한 닭 가공업체 관계자는 "먹거리 문제다 보니 소비자들이 국내에 수입된 브라질산 닭고기는 문제가 없다는 정부 발표도 잘 안 믿는 분위기"라며 "괜히 눈치만 보고 미적거리다간 오히려 소비자들의 질타를 받을 수 있어 손해를 감수하고서라도 일단 판매 중단 조치를 했다"고 말했다.



◇ 브라질닭 사실상 전량 합격 처리…"수입 검역 강화돼야"

그나마 다행인 것은 실제로 문제의 닭고기가 들어오지 않았다는 점이지만, 더 큰 일이 터지기 전에 수입 닭고기에 대한 검역이 강화돼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수입 닭고기의 경우 농식품부가 가축전염병 감염 여부 등을 확인하는 '검역'을, 식약처는 다이옥신, 항생제, 살모넬라 등 식품 위생과 관련된 '검사'를 담당한다.

이중 검사를 거치는 셈인데, 수입물량 전수 조사는 현실적으로 어려워 무작위 표본 검사를 하게 된다.

문제는 검사 비율이 지나치게 적다는 점이다.

구체적으로 농식품부에서 직접 포장을 뜯어 질병 검사를 하고 부패, 변질 여부 등을 맨눈으로 확인하는 '현물 검사'의 경우, 전체 수입물량의 1%만 하게 돼 있다. 100마리 중 1마리만 검사하는 것이다.

지난해 농식품부의 검역 과정에서 불합격 처리된 물량은 10건 74t에 그쳤다.

작년 브라질산 닭고기 수입량(3천817건, 8만8천995t)을 고려하면 건수로 0.2%, 물량으로는 0.08%만 불합격 처리된 셈이다. 사실상 전량 합격 처리된 셈이다.

식약처에서 진행하는 정밀검사 역시 무작위 표본 검사 방식이며, 표본 비중이 달라지긴 하지만 대략 8%라고 식약처 관계자는 전했다.

지난해에는 470건(1만1천t, 12.3%)이었으며, 이 중 부적합 판정이 나온 한 건도 없었다.

물론 그만큼 브라질산 닭고기가 '안전'하다는 의미일 수도 있지만, 검사 표본이 워낙 적어 소비자 입장에서는 선뜻 납득이 가지 않는 대목이다.

수입 닭고기에 대한 검역 강화 필요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한국육계협회 역시 최근 성명을 내고 "브라질산 닭고기는 과거에도 수차례 항생제가 검출됐다"며 "검역 기준을 대폭 강화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정부는 기존의 검역·검사 시스템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현물검사의 경우 전체 물량의 1~3% 정도 검사하는 것이 국제적인 관례"라며 "일본이 우리와 똑같이 1%를 검역하고, 네덜란드는 0.7%로 오히려 우리보다 낮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미 우리나라의 검역시스템이 높은 수준이기도 하고, 검역을 지나치게 강화하면 통상 분쟁의 소지도 있다"고 강조했다.

검역 현장에서는 인력난 등 현실적인 어려움을 들어 난색을 표하고 있다.

농림축산검역본부 관계자는 "콘테이너 한 박스에 20t 정도 되는데, 그 안에 냉동육이 약 1천900박스 실려온다"며 "이 가운데 15%에 해당하는 300박스를 직접 뜯어서 보는 데에만 1시간 30분 이상이 걸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닭고기의 경우 지방이 얇아 포장을 뜯게되면 변질 가능성도 커서 수입업자들이 항의하는 등 오히려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일단 이번 사태를 계기로 농식품부는 브라질산 닭고기의 현물 검사 비율을 1%에서 15%로 한시적으로 늘렸으며, 식약처도 당분간 정밀검사 외에 유통 단계에서 브라질산 닭고기에 대한 수거 검사를 추가 실시한다는 방침이다.

shin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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