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공화 지도부 총력전에도 결국 역부족…당내 강경파·중도파 '암초'
'전국민 건보' 포기하고 보험료 면세한도 높여…일반법 아닌 예산조정안
보험료 지원기준도 소득→연령 변경…트럼프 "선택권 주고 경쟁 유도" 주장
(워싱턴=연합뉴스) 이승우 특파원 = 일명 '오바마케어'를 대체하는 '미국건강보험법(America Health Care Act·일명 트럼프케어)'이 의회 첫 관문인 하원 문턱을 결국 넘지 못했다.
집권 여당인 공화당은 24일 오후(현지시간) 예정됐던 하원 전체회의에서 전날에 이어 또 한 번 단독 처리를 시도했지만, 과반 정족수를 확보하지 못하면서 결국 전날에 이어 또 상정을 보류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을 찾은 폴 라이언 하원의장(공화·위스콘신)에게서 '정족수가 모자라는 만큼 자진 철회하자'는 취지의 권고를 듣고 정식으로 철회를 요청했다.
공화당은 전체 하원 의석 435석 가운데 법안 처리에 필요한 과반을 여유있게 넘는 237석을 확보하고 있지만, 당내 강경보수파와 일부 중도파 의원들이 트럼프케어 원안의 수정을 요구하고 나서면서 이날도 정족수를 채우지 못했다는 후문이다.
현행법인 일명 '오바마케어'와 가장 구별되는 트럼프케어의 핵심 내용은 건강보험 가입을 법적 의무화하고 미이행 시 개인과 고용주에 모두에게 벌금을 부과하는 '전국민 의무 가입' 규정을 폐지하는 것이다.
또 보험료 지원 기준을 현행 소득 기준에서 연령 기준으로 변경하되, 지원 대상은 연간 소득 7만5천 달러(가구당 15만 달러) 이하로 한정하는 내용을 담았다.
메디케이드(저소득층 의료지원) 소요 재정의 연방정부 지원액에 지원 한도를 설정하고, 구체적인 급여 항목은 주(州) 정부가 정하도록 했다.
의료저축계정(HSA)에 대한 면세 한도를 1인당 3천400 달러에서 6천600 달러로 인상하고, 인출액 중 의료비에 사용하지 않은 금액에 대한 세율을 20%에서 10%로 반감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아울러 고령자에 대한 보험료 할증 한도도 현행 3배에서 5배로 상향 조정했고, 외래·응급·인원 등 10개 항목에 대한 필수의료보장 규제 권한을 2020년부터 연방정부에서 주정부로 이양하게 된다.
이밖에 미국 가족계획연맹(낙태·피임 지원 단체)의 낙태 시술에 대한 연방예산 지원 규정을 삭제하고, 저소득층(연방빈곤선 100~250%)의 본인부담(deductible) 비용을 조세 환급으로 지원하는 현행 조항도 2020년부터 폐지되도록 했다.
전국민 건강보험 의무 가입을 사실상 없애는 대신 보건소 예산으로 올해 4억2천200만 달러를 추가로 지원하는 조항도 있다.
트럼프케어는 민주당이 당론으로 반대하는 상황에서 일반법안으로 추진할 경우 상원 의결정족수 60석을 확보하지 못할 것이란 우려 때문에 '예산조정안(budget reconciliation)의 형태로 마련됐다.
이는 예산 관련 조항만 개정하는 한정적 개정안이어서 '의무가입 조항'을 직접 폐지하지 못하고, 그에 따른 벌금 조항만 소급 형태로 폐지하는 것이어서 공화당 내 강경보수파로부터 '무늬만 개정안', '오바마케어 라이트'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또 공화당 내 일부 중도파는 현행 오바마케어를 폐지할 경우 정권의 핵심 지지층 중 하나인 저소득층 백인들의 반발에 부딪힐 수 있다는 우려를 드러내 왔다.
워싱턴 정가에서는 공화당이 조만간 새로운 건강보험법 대체법안을 성안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lesl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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