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서 40m 길이 땅굴로 29명 탈옥…"17명 도주"

입력 2017-03-25 10:00  

멕시코서 40m 길이 땅굴로 29명 탈옥…"17명 도주"

재소자가 통제하는 뒷마당서 땅굴 파…탈주범들 차량 훔치다가 1명 살해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국기헌 특파원 = 멕시코에서 복역 중인 죄수들이 땅굴을 파고 무더기로 탈옥했다.

24일(현지시간) 밀레니오 등 현지언론에 따르면 멕시코 동북부 타미울리파스 주의 주도인 시우다드 빅토리아에 있는 한 교도소에서 전날 최소 29명의 재소자가 땅굴을 통해 탈옥했다.

탈옥을 위해 몰래 파진 땅굴은 길이 40m, 깊이 5m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땅굴은 재소자들이 수년간 사실상 통제권을 쥔 가운데 임의로 설치한 교도소 뒷마당의 한 오두막에서 시작됐다.

탈옥범 중 12명은 추격에 나선 사법당국에 체포됐지만, 나머지 17명은 행방이 묘연한 상태다.

탈옥범들이 도주차량을 훔치는 과정에 1명의 무고한 시민이 피살되기도 했다.

멕시코의 교도소는 과밀과 부패, 재소자들이 통제하는 무법 지역 등으로 악명이 높다.

이번에 집단 탈옥이 발생한 교도소는 1940년대에 지어져 시설이 낙후되고 환경이 열악하다. 이 때문에 주 당국은 시 외곽에 있는 다른 시설로 교도소를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해왔다.

주 사법당국은 30명의 교도관을 상대로 탈옥 공모 여부 등을 조사하고 있다.

미국 텍사스 주와 국경을 맞댄 타미울리파스 주는 미국으로의 마약밀매가 이뤄지는 주요 경로 중 한 곳으로, 마약범죄 조직의 범죄가 끊이질 않는다. 이 지역에서는 세타스 카르텔과 걸프 카르텔 간의 이권을 둘러싼 유혈 충돌이 잦다.

앞서 최근 다른 주에서 마약조직 수괴의 아들 등 5명이 탈옥한 사건의 여파가 채 가시지 않은 시점에 탈옥이 재발해 현지 사회에 충격과 분노를 안겨주고 있다.

지난 16일 멕시코 북서부 쿨리아칸에 있는 아루가토 주립 교도소에 수감돼 있던 후안 호세 에스파라고사 몬손과 같은 카르텔 소속 마약범죄자 4명이 외부 방문객과의 접견이 허용되는 틈을 타 탈옥했다.

탈주한 에스파라고사 몬손은 시날로아 카르텔의 두목 중 한사람인 후안 호세 에스파라고사 모레노의 아들로, 마약밀매 조직을 운영하고 시날로아 카르텔의 자금을 관리한 혐의로 지난 1월 체포됐다.

멕시코에서 '탈옥의 명수'로는 시날로아 카르텔의 두목이었던 호아킨 구스만이 거론된다.

구스만은 2001년 할리스코 주에 있는 교도소에 갇혀 있다가 빨래 바구니에 숨어 탈옥했다가 2014년 2월 태평양 연안의 휴양도시인 마사틀란에서 검거됐다.

2015년 7월에도 수도 멕시코시티 외곽의 알티플라노 연방 교도소에서 폐쇄회로(CC)TV 사각지대인 독방 샤워실 바닥과 교도소 외곽 1.5㎞가량 떨어진 건물로 연결된 땅굴을 파 재차 탈옥했다.

구스만은 두 번째 탈옥 6개월 만인 지난해 1월 자신이 이끄는 마약조직 '시날로아 카르텔'의 근거지가 있는 서북부 시날로아 주의 한 은신 가옥에 숨어 있다가 멕시코 해군과 교전 끝에 검거됐다.

1989년부터 2014년 사이에 미국 각지에서 마약밀매, 돈세탁, 살인교사, 불법 무기 소지 등의 혐의로 17번 기소된 구스만은 올해 1월 미국 뉴욕의 연방교도소로 이감돼 재판을 받고 있다.

penpia21@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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