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조재영 기자 = 스크린에서 명품 조연들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탄탄한 연기력과 개성 강한 연기로 주연 못지 않은 존재감을 뽐내며 관객의 마음을 훔치고 있다.
영화 '보통사람'의 김상호와 조달환이 대표적이다. 코믹 감초 연기가 주특기인 두 배우지만, 이 영화에서는 웃음기를 뺀 정통연기를 선보였다. 6월 항쟁의 도화선이 됐던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을 다룬 '보통사람'에서 김상호는 정치공작에 희생되는 기자로 나온다. 남산 안기부에 끌려가 거꾸로 매달려 고문을 당하면서도 소신을 굽히지 않고 호탕한 웃음을 터뜨리는 그의 모습은 묵직한 잔상을 남긴다.
조달환은 기획수사로 억울하게 연쇄살인범으로 몰리는 태성역을 맡아 '인생연기'를 펼쳤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어눌한 말투로 횡설수설하는 그에게 경찰은 강제로 범행을 거짓으로 자백하게 한다. 조사실 안에서 겁에 질린 그가 허겁지겁 자장면을 먹으며 흘리는 눈물은 관객의 목까지 메게 한다. 이 작품을 위해 8㎏을 감량한 조달환은 "촬영 중 너무 힘들어서 헛것이 보이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두 사람은 충무로에서 이미 많은 러브콜을 받는 배우다.
김상호는 지난해 12월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2016)에서 주인공 수현(김윤석) 곁을 지키는 믿음직한 친구로, 지난달 '조작된 도시'에서는 교도소를 통제하는 권력자 마덕수로 나와 관객들에게 웃음을 안겼다. 현재 상영 중인 '보통사람'까지 포함하면 4개월 동안 3편의 영화에 출연했다.
조달환은 다음 달 6일 개봉하는 '원스텝'에서 라디오 방송 진행자로 등장에 극에 활력을 불어넣을 예정이다.
조재윤은 스크린과 TV를 종횡무진 누비고 있다. 지금 극장가에는 그가 출연한 영화 2편이 걸려있다. '비정규직 특수요원'에서는 보이스피싱을 당하는 국가안보국 차장역을 맡아 코믹 연기를 선보였고, '프리즌'에서는 교도소의 제왕 익호(한석규)의 행동대장으로 출연해 악역으로 변신했다. 최근 종영한 SBS 드라마 '피고인'에서는 박정우(지성)의 조력자 신철식역을 맡았다.
이동휘도 올들어 매달 새 영화로 관객과 만나고 있다. 올해 1월 '공조', 2월 '재심'에 이어 오는 29일에는 '원라인'으로 돌아온다.
다작(多作)으로 친다면 이경영을 따라올 만한 배우가 없다. '한국영화는 이경영이 나오는 영화와 나오지 않는 영화로 구분된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다. 작년 12월 '판도라'부터 올해 '여교사', '중2라도 괜찮아', '재심', '프리즌'에 연달아 얼굴을 내밀었다. 그는 조연과 단역을 가리지 않는다.
'목숨 건 연애', '조작된 도시'의 오정세를 비롯해 '아수라', '그래, 가족', '보통사람'의 정만식 그리고 '보통사람', '특별시민'의 라미란 등도 충무로에서 가장 바쁜 배우들로 꼽힌다.
이들 배우는 매번 탈바꿈을 시도하며 영화를 빛내고 있다. 다만, 너무 잦은 출연은 친숙함을 넘어 관객들에게 식상함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정 배우들에게 러브콜이 쏠리는 것은 수요보다 공급이 절대적으로 부족해서다.
대형 배급사 관계자는 "한국영화가 연간 300편이 넘게 개봉하지만, 감독들이 찾는 연기력이 검증된 조연급은 이미 얼굴이 알려진 배우들이 대부분이다 보니 여러 영화에 겹치기 출연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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