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트럼프케어' 좌절후 "이제 내가 좋아하는 세제개혁에 집중"
공화 내부 '국경세' 반대 목소리…벌써부터 일각선 "상원통과 힘들것"
사법-입법부, 트럼프 행정부 독주 견제…러 커넥션 FBI수사 첩첩산중
(워싱턴=연합뉴스) 심인성 특파원 = 이제 취임 두 달을 갓 넘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임기 초반부터 크게 휘청거리고 있다.
자신의 '반(反)이민 행정명령'과 후속 수정명령이 법원에서 잇따라 제동이 걸린 데 이어 사실상 1호 입법안이자 '오바마케어'(ACA)를 대체하는 건강보험법안 '트럼프케어'(AHCA)가 24일(현지시간) 미 하원에서, 그것도 '친정'인 공화당 내부의 반발로 좌초되면서 큰 정치적 타격을 입은 데 따른 것이다.
사법부와 입법부가 차례로 트럼프 행정부의 독주를 견제하고 나선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선 대선 승리의 원동력으로 작용했던 핵심 대선공약이 줄줄이 물 건너가면서 큰 위기에 봉착한 셈이다.
문제는 앞으로도 트럼프 대통령의 발목을 잡을 사안들이 즐비하다는 데 있다.
당장 트럼프 대통령의 다음 시험대인 '세제 개혁안'(tax reform bill)의 의회 처리에 '적신호'가 켜진 상태다.
트럼프 대통령은 24일 트럼프케어 자진 철회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제 내가 항상 좋아해 온 세제개혁 문제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정부는 이미 내부적으로 세제 개혁안을 완성해 발표 시점만 조율 중이다.
스티븐 므누신 재무부 장관은 이날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 주최 행사에 참석해 백악관이 시뮬레이션까지 마치고 완성 단계에서 세제 개혁안의 세부 조문을 다듬고 있으며, 조만간 이를 발표할 것이라고 공식 확인했다.
세제 개혁안의 핵심이자 최대 쟁점은 수입품에는 관세를 물리고 수출품에 대해선 면세 혜택을 주는 이른바 '국경세'를 신설하는 내용이다. 트럼프 정부는 국경세로 1조 달러(약 1천122조5천억 원)의 신규 세수를 확보해 법인세 인하로 생기는 세수 감소를 상쇄하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이는 미국 내부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도 적잖은 논란을 불러일으킬 전망이다.
유럽연합(EU)을 필두로 한 미국의 교역 상대국들은 이미 국경세 도입 시에 대비해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를 준비 중이고, 미 의회에서도 부정적 기류가 커지고 있다.
특히 민주당은 물론 공화당 상원 내부에서도 국경세 조항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어 벌써부터 일각에선 상원 통과가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현재 공화당 상원의원 가운데 국경세에 우려 목소리를 낸 의원은 린지 그레이엄(사우스캐롤라이나), 제프 플레이크(애리조나), 마이크 리(유타), 팀 스콧(사우스캐롤라이나), 데이비드 퍼듀(조지아), 톰 코튼(아칸소), 마이크 라운즈(사우스다코다) 의원 등이다.
그레이엄 의원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세제 개혁안이 하원을 통과하더라도 상원에서는 10명의 지지도 받지 못할 것이라고 단언했고, 퍼듀 의원 역시 퇴행적인 국경세는 소비자들에게 타격이 되고 경제성장세도 끌어내린다고 일갈했다.
만약 세제 개혁안마저 미 의회의 벽을 넘지 못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의 리더십 타격은 상상 이상일 것으로 예상된다.
세제 개혁안 이외에도 트럼프 대통령의 '오바마 도청' 허위주장, 트럼프 대통령 핵심 측근들과 러시아 당국 간의 내통 의혹에 대한 미 연방수사국(FBI)의 전방위 수사, 민주당의 닐 고서치 연방대법관 후보 인준 저지 등도 트럼프 대통령의 앞날을 어둡게 하고 있다.
특히 이 가운데 러시아 내통 의혹, 즉 '러시아 커넥션'의 경우 FBI 수사 결과에 따라서는 자칫 트럼프 대통령의 정통성 시비로까지 번질 수도 있는 사안이어서 주목된다.
핵심 측근이던 마이클 플린 전 국가안보보좌관이 러시아 내통 논란으로 일찌감치 낙마한 데 이어 이번 사건으로 향후 옷을 벗거나 사법적 책임을 지는 인사가 더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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