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ST 스마트팜솔루션융합연구단장 노주원 박사 인터뷰
(서울=연합뉴스) 신선미 기자 = 식물은 성장을 돕는 '보약'이나 해충을 쫓는 '퇴치제' 등 생존에 유익한 다양한 화학물질을 스스로 합성한다. 이 중에는 사람의 병을 치료하는 약으로 쓰이는 경우도 많다. 진통제인 아스피린과 항암제 '택솔'은 각각 버드나무와 주목에서 나왔으며 항말라리아제 '아르테미신'은 개똥쑥 추출물에서 얻은 것이다.
최근에는 몽골의 전통 약용식물인 피뿌리풀이 상처 치유 효능이 뛰어나다는 것이 과학적으로 입증돼 주목받고 있다.
이 연구를 한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스마트팜솔루션(SFS)융합연구단장 노주원 박사는 27일 연합뉴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피뿌리풀은 몽골, 중국, 러시아 등지에서 자라는 식물로, 칭기즈칸 시대에 병사나 말의 상처를 치료하는 데 썼다고 알려졌다"고 소개했다.
노 박사에게 피뿌리풀 추출물을 전해준 사람은 몽골 화학기술연구소(ICCT) 소속 둘람자브 밧수렌 박사다. 두 사람의 만남은 200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몽골 정부 간 협력사업이 진행되며 ICCT가 KIST에 공동연구를 요청했다. 몽골의 전통 약용식물에서 신약 성분을 찾고 약효를 규명하자는 제의였다. 처음엔 '타의 반 자의 반'으로 응했다는 노 박사는 몽골 약용식물 연구에 대한 밧수렌 박사의 열정에 매료돼 '자의 100%'로 돌아섰다고 회상했다.
공동연구를 시작한 후 노 박사는 ICCT가 보유한 몽골 약용식물 추출물을 모두 달라고 요청했다. 얼마 뒤 100종 정도의 추출물이 도착했는데, 실험실에서 샘플을 보관할 때 쓰는 작은 유리병이나 플라스틱 튜브가 아닌 '박카스', '원비디' 등 음료병에 담겨 왔다.
리스트에는 약용식물별로 몽골의 전통적인 민간요법이 빼곡하게 적혀 있어 연구의 가이드라인이 됐다. 몽골 사람들이 항암제로 먹었다는 북운향초의 추출물에선 항암효과가 있는 성분이 발견돼 연구진은 이를 미국 특허로 등록했다. 용머리풀 추출물에서 발견된 항균 성분은 기술을 이전받은 국내 기업에 의해 '항균 비누'로 상용화됐다. 이 비누는 최근까지 해당 기업의 매장과 면세점에서 판매됐다.
노 박사는 몽골이야말로 약용식물의 보고라고 소개했다. 해발 2천m의 고지대에 있는 몽골은 겨울에는 영하 40도까지 기온이 내려가고 여름에는 영상 30도까지 온도가 치솟는다. 이런 척박한 환경에서 자라는 식물에서 신기한 성분들이 나온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이런 고부가가치 산업화 원료를 안정적으로 기업에 대량 공급하기 위해 그는 2010년엔 몽골의 수도 울란바토르 북동쪽에 1ha(헥타르) 정도의 '약용식물 재배 농장'을 세웠다. 몽골인은 유목민이기 때문에 '농사'에 대한 개념이 없어, KIST가 초기 지원을 해 현지 원료생산의 인프라를 조성한 것이다.
그간의 연구 업적을 인정받아 노 박사는 2011년 몽골과학원의 '최우수 연구자상'을, 2012년 몽골 보건복지부의 명예훈장을 받았으며 작년 7월에는 몽골 정부에서 '우수 과학자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는 "몽골에선 한국을 '솔롱고스'(무지개)라고 부르며 형제국으로 여긴다"며 "양국의 협력 연구로 앞으로 더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보였다.
s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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