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75일만에 전체 모습 드러낸 세월호…숱한 의혹들도 풀릴까

입력 2017-03-26 09:26   수정 2017-03-27 08:10

1075일만에 전체 모습 드러낸 세월호…숱한 의혹들도 풀릴까

램프·스태빌라이저 등 인양때 절단…훼손 논란

해수부 "절단 부위, 사고원인과 관계 없다"

(서울·진도=연합뉴스) 서미숙 윤종석 기자 = 세월호가 침몰한 지 3년만에 어두운 바닷속에서 올라와 전체 모습을 드러내 그동안 사고 원인을 두고 제기된 숱한 의혹이 해소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25일 밤 수면 위로 완전히 부상한 세월호는 곳곳이 녹슬고 일부 부분이 떨어져 나가기도 했지만 원형이 크게 변형된 모습은 아니다.

정부와 수사기관의 공식 발표에도 불구하고 각종 음모론이 제기됐고, 이 때문에 선체에 대한 직접적인 조사로 의문점을 해소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그러나 인양 과정에서 선체의 일부를 절단하는 등 훼손되면서 사고원인 등을 규명하는데 차질이 생기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도 있다.


◇ 잠수함 충돌·철근 과다적재·램프 개문 등 각종 설 난무

사고 이후 검경합동수사본부 등 수사당국과 정부는 세월호가 선체 복원력이 약해진 상태에서 조타수의 부적절한 조타로 무리하게 실은 화물들이 쏟아지면서 균형을 잃고 침몰한 것으로 결론냈다.

그러나 세월호가 바닷속에 있는 동안 암초나 다른 선박에 부딪혔다거나 폭침을 당했을 것이라는 의혹에 더해 작년에는 잠수함 충돌설까지 제기됐다.

일단 모습을 드러낸 세월호에서 파손 등 외부 충격에 의한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

대표적인 음모론인 잠수함 충돌설을 제기한 네티즌 '자로'는 세월호가 좌현 밑바닥 쪽이 잠수함 등과 충돌해 침몰했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세월호가 현재 왼쪽으로 누운 상태여서 선체 좌측이 어떤 상태인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세월호가 기계 결함으로 인해 침몰했을 것이라는 의혹도 있다.

대법원은 2015년 업무상 과실 혐의로 기소된 세월호 조타수에 대해 "조타 실수보다는 조타기의 결함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한 바 있다. 정부가 발표한 사고 원인에 대해 법원도 의문의 여지를 남겨둔 것이다.

최근엔 세월호의 램프(화물 출입구)가 사고 당시 열려 바닷물이 유입되는 바람에 침몰했다는 의혹도 증폭되고 있다. 공교롭게도 인양 과정에서 세월호의 선미 좌측 램프가 열린 채 발견됐기 때문이다.

정부 발표대로 세월호가 화물 과적으로 인해 침몰했다고 받아들인다 해도 화물 자체 대한 의혹을 제기하는 시선도 있다.

제주 해군기지 건설에 쓸 철근을 과다 적재하는 바람에 세월호가 침몰했다는 것이다.

과연 세월호가 외부 충격이나 조타기 등 기계 결함으로 침몰했는지, 철근을 과다 적재했는지 등은 이르면 28일 출범하는 세월호선체조사위원회가 조사를 통해 규명해야 할 부분이다.





◇ 해수부 "인양·조사과정서 선체 절단 불가피"

그러나 세월호의 인양 과정에서 선체에 구멍이 뚫리거나 일부가 제거돼 선체 조사에 일부 차질이 빚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세월호의 선미 좌측 램프를 자른 것이다.

해수부는 세월호 인양 이틀째인 23일 세월호의 좌현 선미 램프 부분이 잭킹바지선에 걸려 끌어올리지 못하고, 반잠수정 거치도 어렵게 되자 이를 잘라냈다.

가뜩이나 일각에선 램프의 균열 가능성을 사고 원인중 하나로 지목해 왔기에 램프 절단이 사고 원인중 하나를 규명하는데 차질이 생기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 램프 절단으로 인한 화물 유실 가능성도 있다.

이에 대해 해수부 관계자는 "정부는 물론 해난사고 전문가도, 법원도 램프 부분을 사고 원인으로 지목한 적이 없다"며 "램프를 잘라내지 않으면 인양 자체가 불가능해져 어쩔 수 없이 제거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램프을 절단하기 전에 다이버가 직접 확인해보니 램프가 열린 부위에 컨테이너 박스 등이 쏟아지면서 열린 문 쪽을 막고 있었다"며 "램프를 제거하더라도 세월호 안에 실어놓은 차량이나 물건들이 유실될 가능성은 없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해수부는 램프뿐만 아니라 배의 평형을 유지하는 장치인 스태빌라이저와 닻(앵커) 등도 인양 과정에서 떼어냈다.

스태빌라이저는 세월호 바닥에 리프팅 빔을 설치하기 위해, 닻과 같은 부재들은 인양 과정에서 무게를 줄이기 위해 제거했다는 것이다.

해수부 관계자는 "스태빌라이저는 세월호의 사고 원인과 관련이 없는 장치"라며 "사고 원인을 밝혀낼 핵심 장치인 조타실, 타기실, 기계실 부분은 사고 당시 모습으로 온전히 인양했다"고 말했다.

인양 작업을 하면서 선체에 구멍을 낸 것에 대해서도 일각에선 의혹을 제기한다. 현재 세월호에 만들어진 구멍은 140개 가량이다.

해수부는 숫자는 많지만 구멍의 크기를 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구멍 10여개는 잠수부가 드나드는 통로로 만들어졌고 나머지는 A4용지 크기의 작은 구멍으로서 인양을 도와줄 부력을 만들어주기 위해 폰툰(물탱크 형태의 대형 에어백) 등을 장착하려고 뚫은 것이라는 게 해수부의 설명이다.

앞으로 선체 내부 조사 방식에 대해서도 의견 조율이 필요하다.

해수부는 가장 중요한 9명의 미수습자 수습과 유류품 등을 찾아내기 위해선 조사 인력이 내부로 들어갈 수 있도록 객실 부분만 절단해 누워 있는 상태를 바로 세우고, 찌그러진 부분은 일부를 잘라낼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유족과 미수습자 가족들은 사고 원인을 제대로 조사하려면 선체를 훼손해서는 안된다고 맞서고 있다.





sms@yna.co.kr, banan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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