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인종청소' 논란을 부른 미얀마군의 로힝야족 탄압에 대한 유엔 인권이사회(UNHRC)의 조사 결정에 미얀마 정부가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26일 현지 언론과 외신 보도에 따르면 미얀마 외무부는 전날 성명을 통해 "(로힝야족 학살 주장을 조사할) 국제사회 조사단 구성과 가동은 문제를 풀기보다 오히려 불을 지르는 격이다. 미얀마는 UNHRC의 결의와 전적으로 무관하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다만, UNHRC의 결의에 따라 조만간 구성될 국제조사위원회의 활동을 차단하지는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앞서 UNHRC는 지난 24일 제네바에서 회의를 열어 미얀마 서부 라카인주에서 로힝야족을 상대로 학살과 성폭행, 고문이 자행됐다는 주장을 확인하기 위한 국제 조사단을 긴급 파견하기로 결의했다.
유럽연합과 미국 등의 지지로 표결 없이 채택된 결의문은 로힝야족을 대상으로 한 범죄의 가해자 책임을 가리고 희생자들에 대한 정의를 세워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 결의문은 조사단이 오는 9월까지 구두로 상황을 보고하고 1년 후에 최종 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이런 국제사회의 움직임에 미얀마 정부가 반대 뜻을 분명히 하면서, 국제사회가 추진하는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특히 미얀마 정부와 군은 이양희(61, 성균관대 교수) 유엔 미얀마 인권 특별보고관 등의 현지 조사 당시에도 안전 등의 이유를 들어 활동에 제약을 가한 적이 있다.
미얀마군과 경찰은 지난해 10월 방글라데시와 접경한 라카인주 마웅토에서 괴한의 경찰초소 습격 사건이 발생한 이후 무장세력 토벌을 빌미로 대규모 군사작전에 나섰으며, 이 과정에서 7만5천명에 달하는 난민이 국경을 넘어 방글라데시로 도피했다.
또 군인들이 민간인을 학살하고 성폭행과 방화 등을 일삼으며 이른바 '인종청소'를 유도했다는 주장이 잇따르고 있지만, 아웅산 수치가 이끄는 미얀마 정부는 이런 주장을 일축해왔다.
미얀마 정부는 국제사회의 비판이 잇따르자 자체적으로 조사위원회를 가동했지만, 군부 출신의 민트 스웨 제1 부통령을 위원장에 임명하는 등 위원회 구성이 적절하지 않다는 비판을 받았다.
또 위원회는 몇 달간의 조사를 거쳐 연초에 내놓은 잠정 보고서에서 로힝야족에 대한 학살 또는 차별이 없었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유엔 인권 최고대표사무소(OHCHR)는 지난달 로힝야족 난민 200여 명을 인터뷰해 내놓은 보고서에서 미얀마군이 어린이를 포함해 수백 명을 학살하고 여성들을 강간했다는 증언이 나왔다고 전하면서 "미얀마군의 학살, 범죄 행위가 반인륜적인 전쟁범죄나 다름없을 정도로 이뤄지고 있다"며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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