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철저한 외면 속 젊은층 토대로 정치기반 확장
총리 부정축재 폭로로 시위 촉발…일각선 "유일한 푸틴 대항마"
(서울=연합뉴스) 김보경 기자 = 26일(현지시간) 러시아에서 대규모 반정부 시위를 주도한 알렉세이 나발니(40)는 대표적 야당 지도자로 꼽힌다.
나발니는 2011∼2012년 부정선거 규탄시위 이후 반정부 시위로는 가장 큰 규모로 열린 이날 집회에서도 그 중심에 섰다.
집회의 명목은 정치권 부패를 비판하기 위한 자리였고 그 근거는 최근 나발니가 발표한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총리의 부정축재 보고서였다.
나발니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면으로 맞서는 저항의 상징으로 거론되고 있다.
변호사 출신의 유명 블로거인 나발니는 2011년 총선 이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3기 집권을 규탄하는 야권 시위를 이끌며 인지도를 높여왔다.
그는 유력 야권 지도자였던 보리스 넴초프가 2015년 피살당하면서 내년 3월 열리는 러시아 대선에서 푸틴에 맞설 유일한 대항마로도 간주된다.
나발니의 정치 철학적 비전은 '부패 척결'로 압축될 수 있다.
그는 2008년 러시아 대형 국영기업들의 비리와 부패 의혹에 대한 글들을 자신의 블로그에 올리며 러시아 정계에 이름을 알렸다.
러시아 대형 은행 VTB, 거대 석유회사 로스네프티, 세계 최대 가스 회사 가스프롬 등 국영기업 주식을 사들여 부패와의 싸움을 시작했다.
나발니는 소액주주 지위를 이용해 주주총회에 참석, 국가재정 누수를 지적하는 질문을 하거나 회사 중역들에게 부패 척결, 투명성 제고를 촉구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이후에도 푸틴 정권 인사들과 국영기업들의 비리와 부패를 폭로하는 일을 계속하며 야권 지도자로서 천천히 입지를 쌓았다.
대표적 폭로 사례로는 2014년 2월 소치 동계올림픽이 열리기 전 대회 시설을 건설하는 과정에서 저질러진 관리와 국영기업의 대규모 비리였다.
나발니가 푸틴의 대항마로까지 거명되기 시작한 직접적 계기는 2013년 모스크바 시장 선거였다.
그는 푸틴이 지지한 세르게이 쇼바닌 후보에 맞서 출사표를 던졌지만 곧 자신이 고문을 지낸 키로프주(州) 정부 산하 기업의 자산 1천600만 루블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돼 징역 5년형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국내외에서 이를 정치적 탄압으로 규탄하는 반발 시위가 이어지자 법원은 그를 수감한 지 하루 만에 임시로 석방했다.
우여곡절 끝에 시장 선거에 나선 나발니는 결국 쇼바닌 후보에 패배했다.
그러나 정권의 통제를 받는 것으로 추정되는 주류 언론의 철저한 외면, 후원금 부족 속에서도 지지율 27%를 얻는 선전을 펼쳐 정치 역량을 입증했다.
나발니는 내년 대선에도 도전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과거 횡령 혐의에 대한 파기환송심 재판에서 지난달 징역 5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아 출마는 현재로써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러시아 선거법은 중대 범죄로 유죄 판결받은 사람의 대선 출마를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나발니는 지난달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의 인터뷰에서 "크렘린궁이 내년 대선 후보로 나를 인정하는 것이 필요할 때까지 국민의 지지를 확보하겠다"며 대선 출마를 강행하겠다는 의사를 피력했다.
나발니는 정부의 견제와 언론의 외면을 소셜미디어를 활용해 돌파, 지지폭을 넓히는 전략을 사용하고 있다.
영국 BBC방송은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소셜미디어를 이용하는 그의 전략은 그의 정치적 스타일을 상징한다고 해설했다.
그러면서 나발니는 신랄하고 효과적인 언어로 푸틴을 향한 충성을 비꼬면서 대다수가 20∼30대인 그의 지지자들에게 다가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그는 2011년 총선 당시 러시아 여당인 '통합러시아당'을 "사기꾼과 도둑들의 당'이라고 공격하며 이외 당에 투표할 것을 독려했고, 횡령혐의로 수감 당시엔 "푸틴의 시스템은 러시아의 피를 빨아먹고 있다"고 비난하며 시위를 이끌기도 했다.
나발니는 이날 모스크바 시위 현장에 나서다가 시위자들과 함께 허락받지 않은 집회에 참석했다는 혐의로 체포됐다.
그는 체포 후 자기 트위터를 통해 "나는 괜찮아요. 내 석방을 위해 싸울 필요는 없으니 시위를 계속하세요. 오늘의 주제는 부패와의 전쟁입니다"라고 적었다.
러시아 경찰은 나발니와 함게 체포된 이들이 500명이라고 밝혔으나 현황을 집계하는 단체인 'OVD-인포'는 그 수가 최소 1천명이라고 반박했다.
viv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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