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 때마다 '온라인 아지트' 논란…이번엔 왓츠앱 도마

입력 2017-03-27 16:29  

테러 때마다 '온라인 아지트' 논란…이번엔 왓츠앱 도마

英장관 "암호화 메신저가 테러리스트 비밀공간 제공"

수사·정보기관 불만…결국 '안보 vs 사생활' 논쟁 귀착



(서울=연합뉴스) 김보경 기자 = 테러리스트들의 '온라인 아지트'를 둘러싼 논쟁이 대형테러가 발생할 때마다 불붙고 있다.

지난주 영국 런던의 의사당 주변을 공격한 차량돌진 테러 뒤에는 모바일 메신저 '왓츠앱'이 도마 위에 올랐다.



26일(현지시간) 영국 언론 매체들에 따르면 범인 칼리드 마수드는 범행 직전 모바일 메신저 왓츠앱에 접속했다.

경찰은 마수드가 인터넷에서 극단주의자들로 영향을 받았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메신저 교신기록 등 방대한 양의 컴퓨터 데이터를 살펴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에 관여하고 있는 영국 관리들은 왓츠앱처럼 교신이 암호화돼 감시망의 사각지대에 있는 통신 수단에 혐오감을 드러내고 있다.

실제로 이번 사건에서도 마수드는 애초 극단주의 추종자로 정보기관의 추적을 받은 적이 있으나 영국 정보기관은 이번 테러 첩보를 얻는 데 실패했다.

관리들은 왓츠앱과 같은 암호화 메신저가 테러를 모의하고, 극단주의 단체 선전물을 전파하는 데 악용됐다며 이런 메신저 서비스를 운영하는 페이스북과 구글 등 정보기술(IT) 업체들에 비난의 화살을 돌리고 있다.

이들은 암호화 메신저가 종단간 암호화(end-to-end) 방식을 채택하고 있어 테러리스트들의 비밀 접선 수단으로 특히 선호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종단간 암호화란 발신 단말기부터 수신 단말기에 이르는 메시지 전달 과정 전체를 암호화하는 것으로, 해당 기술을 채택한 메신저 업체는 자체적으로도 이용자들이 보낸 메시지를 해독할 수가 없다.

관리들은 IT업체들이 인터넷상에서 이용자들이 급진화되는 것을 막을 책임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앰버 루드 영국 내무장관은 이날 스카이 뉴스, BBC방송와의 인터뷰에서 IT업체들이 종단간 암호화 기술을 채택하며 테러리스트들에게 은신처를 제공하고 있다며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루드 장관은 "테러리스트가 왓츠앱으로 메시지를 보내고 서로 대화를 나누는데도 경찰이 접근하지 못하는 상황을 놔둘 수 없다"며 "업체들은 테러리스트들이 의사소통할 수 있는 비밀공간을 제공해선 안 된다는 점을 확실히 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외무장관도 최근 구글이 혐오 발언 영상이나 극단주의자의 유튜브 영상에 정부·기업 광고를 붙였다가 논란을 일으킨 점을 지적하며 IT업체들이 이런 광고로 수익을 올리는 것은 "역겹다"고 공격했다.

하지만 해당 기업들은 사생활 보호라는 기본권을 지키기 위해 수사, 정보기관의 요구대로 협조할 수만은 없는 노릇이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왓츠앱 측은 "우리는 런던에서 발생한 공격을 보고 충격에 빠졌다"며 "사법기관의 수사에 계속해서 협조하고 있다"고 밝혔을 뿐 별다른 자구책을 내놓고 있지 않다.

앞서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버나디노에서 발생한 테러 후 아이폰 잠금장치의 해제를 둘러싼 애플과 미국 연방수사국(FBI)의 대립과 똑같은 갈등이 반복되는 것이다.

극단주의 아지트가 됐다는 지적을 받던 암호화 메신저는 비단 왓츠앱뿐만이 아니다.

또 다른 암호화 메신저인 텔레그램도 테러리스트들의 비밀 접선 수단으로 활용된 정황이 자주 발견되면서 논란의 대상이 됐다.

프랑스에서 16세 소녀가 작년 8월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를 선전하는 텔레그램 채팅방을 운영하며 테러를 저지르라는 지시를 유포하다 구속됐다.

작년 7월 프랑스 성당에서 미사 집전 중인 신부를 살해한 테러범들도 텔레그램을 통해 범행을 예고하고, 추가 테러를 선동했다.

특히 IS가 자체 보안지침을 통해 텔레그램과 같이 메시지를 암호화하는 앱으로 의사소통하고, 지령을 전달하라고 지시한 것이 알려지면서 암호화 메신저를 둘러싼 논쟁은 계속 되풀이되고 있다.




vivid@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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