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생지 반환 원칙'에 부산 정치권 반발…대전 정치권 "방침대로 해야"
(대전=연합뉴스) 박주영 기자 = 대전 한국원자력연구원에 보관 중인 사용후핵연료를 애초 배출한 원자력발전소(원전)로 반환하는 문제를 놓고 지역 간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정부가 사용후핵연료를 고리원전 등에 반환키로 한 데 대해 부산시 등 원전 소재 지역 정치권 등은 "정부 방침을 수용할 수 없다"며 반발하고 있지만, 대전 정치권은 "방침대로 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28일 한국원자력연구원에 따르면 현재 원내에 1987부터 2013년까지 21차례에 걸쳐 부산 고리원전·전남 영광 한빛원전·경북 울진 한울원전 등에서 옮겨 온 사용후핵연료 3.3t(폐연료봉 1천699개)을 보관 중이다.
사용후핵연료는 원자로에서 타고 난 뒤의 핵폐기물로, 고준위 방사성폐기물로 분류된다.
원자력연은 손상 원인 분석과 연구개발 등을 이유로 사용후핵연료를 해당 원전에서 가져왔다.
하지만 지난해 9월 경주에서 발생한 5.8 규모 지진을 계기로 대규모 아파트단지와 초등학교 등이 밀집해 있는 도심에 사용후핵연료를 보관하는 것을 두고 대전시민의 반발이 커지자 미래창조과학부는 사용후핵연료의 발생지 반환을 결정했다.
최양희 미래부장관은 지난해 11월 원자력연을 방문한 자리에서 "연구원에 보관된 사용후핵연료는 발생자 책임 원칙에 따라 반환하기로 했다"며 "용기 차폐기술 등 관련 기술을 개발해 5년 내에 이송할 수 있도록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한국수력원자력에서 사용후핵연료 운반에 필요한 용기를 개발하는 데 드는 비용 등 40억원을 올해 예산에 편성했다.
하지만 부산지역 정치권 등은 이송에 따른 안전성 문제, 지역 갈등 조장 우려 등을 이유로 반발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부산시당은 지난 1월 18일 성명을 내 "발생지로 옮기는 것보다 현재 저장상태에서 안전하게 보관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게 전문가의 견해"라며 "지역주민들도 모르게 비공개로 가져갔던 사용후핵연료를 다시 일방통행식으로 반입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자유한국당 부산시당도 같은 날 성명에서 "핵연료봉을 세계 최대 원전 밀집지역인 고리 등으로 이전하는 과정에서 지역 갈등이 우려된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일각에서는 1987∼1993년 수행된 사용후핵연료 양도·양수 신고문서 등을 토대로 '사용후핵연료 소유권은 이미 원자력연구원에 이전됐으므로 반환 불가'라는 주장을 편다.
하지만 대전지역 정치권은 사용후핵연료를 발전사업자에게 이송하는 것은 규정상 타당한 만큼 정부 계획이 중단돼선 안 된다는 입장이다.
자유한국당 이은권(대전 중구) 의원은 지난 27일 보도자료에서 "발전사업자에 사용후핵연료를 양도하는 행위는 원자력안전법 제94조1항에 따른 것"이라며 "해당 양도·양수 문서는 이송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으로, 원자력법 상 소유권이라는 개념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이어 "사용후핵연료 시험은 국가 차원의 공공업무로, 시험이 끝난 이후에는 수혜자이면서 발생지인 원전으로 반환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연구 및 시험이 종료된 사용후핵연료를 반환해야 한다는 규정을 담은 '원자력안전법 개정안'을 발의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 원자력연구원 관계자는 "사업자인 한국수력원자력도 사용후핵연료 반환을 받아들이기로 했지만, 지역 사회에서 반발해 조심스러운 입장"이라며 "이송 과정에서 안전성에 문제가 없도록 차폐기술 개발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jyo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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