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연합뉴스) 최현석 특파원 = 친(親)중국파인 캐리 람(林鄭月娥·59·여)이 홍콩 행정장관에 당선된 지 하루만인 27일 '우산혁명' 지도부에 홍콩 당국의 기소 의지가 전달됐다.
캐리 람이 홍콩의 정무사장(총리격)으로서, 우산혁명으로 불리는 2014년 민주화시위를 강경진압했다는 점에서 벌써부터 홍콩에 공안정국이 조성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일고 있다. 이 시위는 행정장관 직접 선거를 요구했던 것으로, 이에 반대한 캐리 람은 시위대 1천여명을 체포해 반감을 샀다.
반면 중국 지도부는 이를 높이 평가하고 일찌감치 캐리 람을 차기 행정장관으로 점찍었으며, 이번 선거에서도 선거인단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방법으로 캐리 람의 당선을 도운 것으로 전해졌다.
캐리 람은 7월부터 행정장관으로 정식 취임한다.
홍콩 영자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홍콩 경찰당국은 이날 오전 우산혁명 지도부인 베니 타이(戴耀延) 홍콩대 교수와 찬킨만(陳健民) 홍콩중문대 교수, 추이우밍(朱耀明) 목사에게 전화해 공공장소 소란죄로 기소될 것이라면서 조만간 출두하라고 요구했다.
타이 교수와 찬 교수, 추이 목사는 시민단체 '센트럴을 점령하라'(Occupy Central)를 공동 설립하고 2014년 9월 28일부터 79일간 직선제를 요구하는 대규모 도심 점거 시위를 주도했다.
홍콩 경찰은 입법회(국회 격)인 타냐찬(陳淑莊)과 시우카춘(邵家臻) 의원, 리윙탓(李永達) 전 의원, 토미 청(張秀賢) 전 홍콩전상학생연회(香港專上學生聯會·대학학생회 연합체) 등 우산혁명 적극 가담자 6명에게도 출두를 통지했다.
통보 대상자 중 일부는 이날 저녁 경찰에 출석할 예정이다.
시우 의원은 정부가 사회통합을 위해 다양한 정치 진영이 협력해야 한다면서, 우산혁명 지도부에 대한 기소방침을 비판했다.
우산혁명 아이콘인 조슈아 웡(黃之鋒) 데모시스토(香港衆志)당 비서장은 경찰의 통보가 람 당선인이 승리한 즉시 이뤄졌다며 학생 운동가들에 대한 정치적 기소가 지속될 것이라며 실망감을 표시했다.
반면 찬 교수는 경찰이 행정장관 선거 다음 날 해당 인물들에게 출석 통보를 한 것은 선거와 유세에 영향을 미치지 않으려 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렁춘잉(梁振英) 행정장관이 람 당선인에게 강경 노선을 따르도록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통보 일정을 선거 이후로 연기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람 당선인은 경찰 통보가 현 행정부의 행위여서 자신을 당황스럽게 만들기 위해서나 다른 이유로 연기됐는지 모른다며 사회 통합과 우려 사항인 분열 봉합을 원하지만 이러한 활동이 홍콩의 법치와 타협 대상은 아니라고 말했다.
캐리 람은 당선 직후 홍콩 컨벤션전시센터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홍콩이 여러 가지 분열에 시달리고 있다"며 행정장관으로서 이를 치유하는 걸 최우선으로 삼겠다고 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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