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장현구 기자 = 프로야구 선수들이 '입'으로 야구해도 큰 탈이 없는 날이 정규리그 직전 열리는 미디어 데이 행사 때다.
한국야구위원회(KBO)가 미디어 데이 행사를 각 구단 팬과 함께하는 팬 페스트 행사로 열고 TV로 중계도 하면서 선수와 감독의 입담은 늘 주목을 받아왔다.
27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블루스퀘어 삼성카드홀에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단연 주인공은 익살 넘치는 코멘트를 잇달아 선사한 이대호(롯데)도, 박정권(SK)도 아닌 양상문 LG 트윈스 감독이었다.
논리 정연한 발언으로 유명한 양 감독은 이날만큼은 망가지기로 작정한 듯 '몸개그'와 폭소를 유발하는 말로 미디어 데이 행사를 크게 빛냈다.
양 감독은 "스포츠에서 롱런하는 팀이 있으면 안 된다. 프로야구 발전에 저해된다"는 작심 발언으로 2년 연속 한국시리즈를 제패한 두산 베어스에 최선을 다해 도전하겠다고 했다.
스마트폰 문자 중계 발생 프로그램을 활용해 31일 넥센 히어로즈와의 개막전에 등판할 선발투수를 예고한 장면은 이날의 백미였다.
양 감독은 LG전자의 전략 스마트폰인 'G6'를 들고 헨리 소사가 선발로 나선다고 발표했다.
마이크로 무덤덤하게 발표하던 이전과 전혀 다른 모습에 행사장 곳곳에서 박수와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옆에 있던 LG 주장 류제국은 무표정하게 스마트폰을 들고 소사를 홍보한 양 감독을 보고 터져 나오는 웃음을 주체하지 못했다.
양 감독은 "해마다 묻길래 이번에는 다른 방법을 미리 준비했다"며 "팬들이 보고 즐거우셨다니 다행"이라고 했다.
롯데 자이언츠 감독 시절 애제자 이대호와의 설전은 또 다른 재미를 안겼다.
양 감독이 "이대호의 장단점은 제가 훤하게 꿰뚫고 있다"면서 "롯데와 만나는 날 선발 투수, 중간으로 등판할 투수에게 대호의 약점을 하나도 빠짐없이 이야기하겠다"고 잽을 날렸다.
그러자 이대호는 "제가 감독님과 한 팀에서 뛴 게 10년 이상 지났는데 언제 약점을 말씀하시는 건가"라면서 "약점이 있다고 해도 투수들이 정확하게 공을 던질 수 있을지 모르겠다"라며 오른 주먹에 체중을 실은 스트레이트로 반격했다.
양 감독은 류제국이 감독의 뽀뽀를 받고 싶자고 하자 와락 목덜미를 끌어안고 뽀뽀해 좌중을 웃기기도 했다.
출사표를 던질 땐 비장한 모습도 보였다.
양 감독은 "144경기를 치를 때마다 매 경기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모든 걸 쏟아붓겠다"며 투혼과 감동의 야구를 약속했다.
공식 자리에서 좀처럼 앞으로 나서지 않았지만, 이날만큼은 달랐던 양 감독은 "선수, 팬들과 함께 좋은 성적을 거두고 싶다는 각오로 오늘 미디어 데이에 나섰다"면서 "정규리그에서 실력으로 보여드리겠다"고 다짐했다.
야구인 출신 송구홍 단장의 부임, 4년간 95억 원을 주고 데려온 왼손 투수 차우찬의 가세로 양 감독은 어느 때보다 야구에만 전념할 수 있는 여건을 맞이했다.
미디어 데이에서 보인 화끈한 양 감독의 모습은 그 자신감의 연장에 있어 보인다.
cany990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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