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조재영 기자 = 영화 '공각기동대:고스트 인 더 쉘'이 27일 언론 시사회를 통해 베일을 벗었다.
이 영화는 1995년 일본 오시이 마모루 감독의 극장판 애니메이션 '공각기동대'를 할리우드에서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원작은 2029년이 배경이지만, 영화에서는 인간과 기계의 구분이 사라진 머지않은 미래가 무대다.
강력범죄를 담당하는 특수부대 '섹션9'을 이끄는 메이저(스칼릿 조핸슨)는 범죄 테러조직을 소탕하라는 명령을 받는다. 이 조직은 첨단 사이버 기술을 보유한 한카 로보틱스를 파괴하려 한다.
메이저는 소탕 작전 중 테러조직의 우두머리와 맞닥뜨리고, 그동안 기억에서 잊혔던 자신의 과거를 떠올리게 된다. 그리고 자신의 존재에 대해 의문을 품는다.
원작보다 철학적인 내용을 줄여 무게감을 덜기는 했지만, 영화가 던지는 메시지는 여전히 묵직하다. 인간의 뇌(영혼)와 로봇을 결합해 탄생시킨 주인공 메이저를 통해 인간의 정체성에 관해 묻는다. 영혼과 로봇을 결합해 인간이 만든 창조물은 과연 인간인가, 로봇인가. 누군가에 의해 조작당한 과거의 기억을 바탕으로 살아왔다면 그는 현실 속의 삶을 산 것인가, 아닌가. 누구나 기억을 조작할 수 있다면 현실과 허구의 경계는 과연 어디인가.
물론 이런 주제는 할리우드에서 새로운 것은 아니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2001년 선보인 영화 'A.I.'에서도 주인공 어린 로봇이 '나는 누구이고 진짜 사람이 어떻게 해야 하는가'라며 실존적 고민을 하는 장면이 나온다.
다만, 이런 내용이 과거에는 공상과학 영화 속에서만 나오는 순전한 허구였다면, 인공지능(AI)이 점점 더 우리 삶 속에 파고들고 있는 요즘은 좀 더 현실감 있게 다가온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영화는 다소 어두운 주제를 화려한 볼거리로 상쇄한다.
과거와 미래, 동양과 서양이 공존한 도시의 풍광이나 즐비한 마천루를 배경으로 대형 홀로그램 광고판들이 빛나는 도심 야경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원작이 일본이다 보니 일본풍의 모습이 많이 등장하기는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국적을 알 수 없는 도시로 그렸다.
'공각기동대'의 트레이드 마크로, 메이저가 광학미채 수트를 입고 옥상에서 점프하는 장면도 원작 이상으로 잘 살려냈다.
특히 주연을 맡은 스칼릿 조핸슨은 조각 같은 외모와 볼륨감 있는 몸매를 드러내며 액션은 물론 내면 연기를 훌륭히 소화해냈다. 당초 스칼릿 조핸슨이 이 영화에 메이저로 캐스팅됐다는 소식이 알려졌을 때 화이트 워싱(Whitewashing) 논란이 일기도 했다. 화이트워싱은 원작의 설정을 무시하고 백인만 캐스팅하는 할리우드 영화의 관행을 일컫는 말이다. 그러나 스칼릿 조핸슨의 연기는 이런 논란을 잠재울 만하다.
다만, 원작을 전혀 모르고 화려한 액션을 기대했던 관객들이라면 원작이 가진 철학적 메시지와 주인공이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이 다소 어렵게 느껴질 수는 있다. 3월 29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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