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박 前대통령 영장, 차분히 법원 결정 기다리자

입력 2017-03-27 20:25  

[연합시론] 박 前대통령 영장, 차분히 법원 결정 기다리자

(서울=연합뉴스) 마침내 검찰이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본부에서 소환 조사한 지 엿새 만이다. 지난 주말만 해도 검찰의 영장 청구 시점이 금주 중·후반으로 늦춰질 것이라는 관측이 있었다. 그래서인지 이날 영장 청구가 전격적이라는 느낌도 없지 않다. 너무 길게 숙고하면 좌고우면으로 비칠 수도 있음을 의식한 듯하다. 어쨌든 전직 대통령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는 노태우·전두환 전 대통령에 이어 헌정사상 세 번째다. 박 전 대통령은 파면당한 지 불과 보름 남짓 만에 법원의 영장심사 결과를 기다리며 구치소에서 밤을 지새울 지도 모를 처지가 됐다. 국가로서도 부끄러운 일이지만 박 전 대통령 개인적으로도 큰 불명예가 아닐 수 없다. 영장실질심사는 서울중앙지법 강부영 영장전담판사의 심리로 오는 30일 열린다고 한다. 박 전 대통령의 구속 여부는 이튿날 새벽에나 결정될 것 같다.



검찰은 이날 자료를 통해 "막강한 대통령의 지위와 권한을 이용해 기업으로부터 금품을 수수케 하거나 기업경영의 자유를 침해하는 등 권력남용적 행태를 보였다"면서 "중요한 공무상 비밀을 누설하는 등 사안이 매우 중대하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어 박 전 대통령이 범죄 혐의를 대부분 부인해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는 점, 공범인 최순실 씨와 뇌물공여자(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외에 박 전 대통령의 지시를 이행한 전직 고위공직자들이 이미 구속됐다는 점을 강조했다. 영장 청구 사유를 중요한 순서에 따라 압축적으로 제시한 셈이다. 본인에 대한 뇌물수수 혐의가 상당한 것은 물론이고, 뇌물죄 공범 및 뇌물공여자와 직권남용죄 공범들이 모두 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음을 적시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박 전 대통령만 영장을 청구하지 않으면 명백히 형평성에 명백히 반한다는 뜻이다. 만인이 법 앞에 평등하다는 법치주의의 기본 원칙을 천명한 것 같다.



박 전 대통령은 특가법상 뇌물수수,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강요, 공무상 비밀누설 등 13가지 혐의가 적용됐다. 그러나 핵심은 뇌물수수이다. 이 한 가지 혐의에 대해 1억 원 이상만 유죄가 인정되어도 10년 이상 징역형을 받는다. 법원의 영장 발부 여부도 결국 이 부분에서 결판날 가능성이 크다. 검찰이 뇌물 혐의에 대해 어느 정도 소명했는지 그리고 그런 혐의사실을 법원이 어느 정도 인정할 것인지가 관건이다. 뇌물죄는 대표적인 권력형 범죄다. 법원은 뇌물죄에 관한 한 상대적으로 소명이 부족해도 영장을 발부하는 경향이 있다.



검찰이 박영수 특검의 뇌물 혐의 조사 결과와 적용 법리를 상당 부분 수용한 것도 주목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영장 청구 사유로 '공범인 최순실'과 '뇌물공여자'의 구속 상태를 콕 찍어 밝힌 것도 그런 맥락으로 이해된다. 특검은, 이 부회장이 경영권 승계에 도움을 받는 대가로 최 씨 측에 220억 원을 지원하고 213억 원을 지원 약속한 것으로 판단했다. 박 전 대통령은 최 씨와 공모한 것으로 보고 뇌물수수 피의자로 입건했다. 결국, 핵심은 공모와 불법수익의 이전 여부이다. 박 전 대통령이 최 씨와 사전에 공모했는지 그리고 최 씨가 받은 돈이 일부라도 박 전 대통령한테 넘어갔는지가 관건이다. 박 전 대통령은 검찰 조사에서 이 두 가지 혐의사실을 전면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젠 공은 법원으로 넘어갔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의 영장 청구를 놓고 정치권 등에서 크게 엇갈린 반응을 보인다. 구야권은 대부분 '사필귀정' '당연한 결정' 정도지만 자유한국당에서는 '너무 가혹하다'며 유감을 표시했다. 특히 친박(친박근혜) 의원들은 '부관참시' 운운하며 격렬히 반발했다. 촛불집회 단체와 태극기집회 단체도 극명히 상반된 반응을 보였다. 박 전 대통령의 구속수사 여부가 또다시 우리 사회의 큰 갈등 요인이 되고 있어 안타깝다. 이런 분위기가 뜨거워질수록 담당 판사의 어깨도 무거워질 것 같다. 물론 구속수사의 필요성에 대해 법원과 검찰의 생각이 꼭 일치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 대상자가 전직 대통령이어서 생각이 더 복잡해질 수도 있다. 하지만 법원이라 해도 '법과 원칙'을 따르는 것 외에 다른 길은 없을 듯싶다. 법원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할 따름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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