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청 등 비밀정보 수집해 사법개입" 주장…궁지 몰린 피용의 '마지막 카드'?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세비횡령 스캔들로 대선 1차 투표에서 탈락이 유력시 되는 프랑스의 제1야당 후보 진영이 칼끝을 현 프랑스 대통령에게 겨누고 있다.
프랑수아 피용 공화당 후보가 최근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이 자신의 개인적인 악성 정보를 언론에 흘리는데 동참하고 자신을 도청까지 했다고 주장한 데 이어, 이번에는 공화당 지도부가 검찰에 대통령에 대한 수사를 촉구하는 성명서를 전달했다.
27일(현지시간) 프랑스언론들의 보도에 따르면, 필리프 바 상원 법사위원장, 브뤼노 르타이요 공화당 상원 원내 대표 등 공화당 지도부 6인은 엘리안 울레트 경제범죄전담검찰청장과 프랭수아 몰랭스 파리검사장에게 수사를 요구하는 서한을 보냈다.
이들은 최근 주간지 '카나르 앙셰네' 소속 언론인 3명이 함께 쓴 책 '보보 광장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원제 : Bienvenue Place Beauvau)가 제시한 의혹들을 정리해 이에 대한 수사에 착수하라고 검찰에 요구했다.
이 책은 최근 공화당 대선후보 피용이 지난주 TV에 출연해 프랑수아 올랑드 현 대통령이 자신의 개인적인 악성 정보를 언론에 흘린 사회당의 음모에 가담했다고 주장하면서 근거로 든 책이다.
이 책에서 저자들은 엘리제궁에는 프랑스 경찰과 사법기관의 모든 정보가 모이는데 그 정보 중에는 올랑드 대통령의 정적이라고 할 수 있는 공화당 주요 인사들은 물론, 여당 내 라이벌들과 자신의 가족들에 대한 시시콜콜한 첩보까지 모두 담겨있다고 주장했다.
저자들은 올랑드가 이런 정보들을 이용해 정적들이 곤경에 빠지도록 수사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했지만 "증거는 아직 없다"는 입장이다.
제목의 '보보 광장'은 프랑스의 대통령집무실 겸 관저인 엘리제궁에서 가까운 곳이다.
이 책을 쓴 저자들이 속한 주간지 '카나르 앙셰네'는 공교롭게도 피용의 세비횡령 스캔들을 처음으로 폭로한 매체로 저자들은 책의 내용을 피용 측이 과도하게 이용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공화당 측은 책이 정식으로 배포되기도 전에 전자책 판본을 입수해 정리한 뒤 주요 내용을 첨부해 검찰에 발송했다.
이들은 책의 내용을 일일이 거론하고 사법 개입, 직권 남용, 횡령, 사생활 침해, 공무상 비밀 누설 등의 혐의에 해당한다며 수사를 촉구했다.
서한에서 이들은 올랑드 대통령을 직접 명시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해당 저서가 올랑드가 정권 유지를 위해 정적들의 첩보를 다루는 이른바 '비밀 내각'(cabinet noir)을 꾸렸다는 의혹을 제기한 것을 고려하면 올랑드에게 정면으로 칼끝을 겨눈 셈이다.
올랑드 대통령은 이런 의혹에 강하게 반발했다. 그는 피용이 TV 프로그램에서 관련 의혹을 제기한 직후 라디오 방송과 인터뷰에서 "품위와 지켜야 할 책임이라는 게 있다. 피용이 이런 것들을 넘어서 버렸다"고 말했다.
그는 정적에 관한 첩보를 다루는 이른바 '비밀 내각'이 있느냐는 물음에는 "정보부처가 물론 있지만, 우리가 사법개입을 하라고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라면서 "사법부 독립, 무죄추정 원리 존중, (사법부에) 절대 개입하지 않는다는 것이 내 원칙이다"고 강조했다.
피용이 현 정부가 자신을 도청하고 있다고 주장한 데 대해 법무장관도 발끈했다.
장 자크 위르보아스 법무장관은 이날 성명을 내고 "공화당이나 국민전선 후보들이 도청을 당했다는 주장은 추측에 불과할 뿐만아니라 사실을 왜곡하려는 욕망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앞서 피용은 지난 25일 프랑스 남서부의 스페인 접경지대인 바스크지방을 방문해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이 정적을 제거하기 위해 사법개입을 일삼고 있다면서 올랑드 측이 자신을 도청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에서는 가족을 의원 보좌관으로 허위채용해 세비를 횡령했다는 혐의로 검찰의 수사를 받는 신세인 피용이 '최후의 카드'로 올랑드를 물고 늘어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피용은 공화당 대선 후보로 확정된 이후 각종 여론조사에서 차기 대통령 1순위로 꼽혀왔지만 '카나르 앙셰네'의 폭로 이후 지지율이 급락해 최근에는 결선투표 진출 가능성이 매우 낮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yongl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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