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브렉시트 여정에 올라…2년간 이혼협상 개시

입력 2017-03-28 05:00   수정 2017-03-28 14:38

英, 브렉시트 여정에 올라…2년간 이혼협상 개시

5월께 협상 본격화…이혼합의금·FTA·국경문제·사법권 난제 수두룩

메이 총리 '리틀 잉글랜드' 도전 극복해야…스코틀랜드 독립 움직임

(런던=연합뉴스) 황정우 특파원 = 영국이 이번주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여정에 오른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29일 유럽연합(EU)에 탈퇴 의사를 공식 통보하고 2년간 EU 27개 회원국과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협상을 시작한다.

야심 찬 '글로벌 영국'을 이정표로 제시한 메이 총리로선 나라 안팎의 역경을 헤쳐나가야 한다.

포스트-브렉시트 그림을 놓고 스펙트럼처럼 다양한 여론을 어울러 국민이 납득할 만한 협상 결과물을 얻어야 한다. 동시에 독립 재시동을 건 스코틀랜드를 달래 '리틀 잉글랜드' 위험도 차단해야 한다.


◇ 2년 이혼협상 단추는 눌러졌다 = 메이 총리가 오는 29일 브렉시트 개시를 공식 선언한다. 작년 6월 국민투표 이후 9개월 만이다. 영국민은 52% 대 48%로 브렉시트를 선택했다.

통보를 받은 EU 정상들은 내달 29일 특별회의를 열고 브렉시트 협상 가이드라인을 채택한다. EU 유럽담당장관들이 세부적인 협상 지침을 마련해 승인하고, EU 집행위원회 브렉시트 협상 대표에게 협상 진행을 위임하는 후속 절차를 거친다.

이에 따라 오는 5월께 프랑스 정치인 출신의 미셸 바르니에 EU 집행위 협상대표와 데이비드 데이비스 브렉시트부 영국 장관이 테이블에 마주앉아 협상을 본격 시작할 것으로 예상된다.

조약은 2년내 제반 관계를 다시 정하는 협정 체결을 규정하고 있다. 양측은 내년 10월까지 협상을 완료한다는 목표다. 영국 의회, EU 정상회의, 유럽의회 등의 승인을 얻는 기간을 고려한 일정이다. EU 정상회의 승인은 역내 인구 65% 이상 찬성하고 27개국 중 16개국이 찬성해야 한다.

협상 타결에 실패하고 양측이 협상 기간 연장에 합의하지 않으면 영국은 2019년 3월 협정 없이 EU를 탈퇴하게 된다. '질서없는' 브렉시트를 맞는다.

다만 협정이 체결되더라도 과도 국면인 이행 기간을 두기로 합의할 가능성이 있어 완전한 브렉시트는 몇 년 뒤 이뤄질 것으로 관측된다.


◇ 쟁점들 수두룩 = 협상을 앞두고 영국과 EU 27개 회원국은 표면적으로는 협상에 선의로 임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메이 총리는 "EU를 떠나는 것이지 유럽을 떠나는 것이 아니다"며 새로운 파트너십을 강조하고 있다.

EU 정상들은 지난 26일 EU 탄생의 모태가 된 로마조약 체결 60주년을 기념한 자리에 모여서 "유럽은 우리 공동이 미래"라고 강조하며 EU 결속을 다짐했다.

브렉시트 협상은 영국과 EU 양측 모두에 미래가 걸린 과제다.

이른바 이혼합의금, 영국-EU 자유무역협정(FTA), 국경문제, 유럽사법재판소(ECJ) 등 사법권 관할, 시민들의 거주권리 보장, EU 기관 이전 등 난제들이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상품·서비스·자본·노동 이동의 자유는 물론 정치·국방·치안·국경 문제 등 EU 제반 규정을 놓고 협상해야 하는 탓이다.

영국은 43년 만에 EU 품을 떠나는 것이고 EU는 전례 없는 회원국 탈퇴를 맞은 점에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대 협상'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영국이 EU 법규를 자국법으로 그대로 옮겨 담거나 수정·폐기해야 하는 법규(지침 포함)가 10만개에 달한다. 나라 전체 법규 가운데 약 65%로 추정된다.

협상 결과는 영국과 EU 간 관계에 그치지 않고 27개 회원국을 묶는 EU 체계에도 영향을 미치면서 결국 세계 질서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된다.


◇ 메이 英총리 시험대…'리틀 잉글랜드' 위험 극복해야 = 메이 총리는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미지의 길에 들어선 영국을 이끌어야 한다.

브렉시트 반대 진영의 분노가 어느 정도 누그러든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브렉시트를 받아들이는 수준까지 이른 건 아니다.

특히 포스트-브렉시트 비전이 제시되지 않은 채 찬반 선택을 했다며 여전히 브렉시트에 동의하지 않는 여론이 적지 않다. 포스트-브렉시트를 둘러싼 혼란과 논란이 뜨겁게 이어지고 있다.

정부 단독으로 브렉시트 절차를 시작하려던 메이 총리의 계획도 대법원까지 가고 의회에 협상 타결안에 대한 표결을 약속하는 등의 우여곡절을 겪은 뒤에야 가능했다.

메이 총리가 EU 단일시장과 관세동맹에서도 떠나고 EU와 완전한 단절을 뜻하는 '하드 브렉시트'를 천명하면서 기존 브렉시트 찬반 진영의 갈라진 틈이 다시 뚜렷해진 양상을 보였다.

브렉시트 결정에도 경제지표가 전반적으로는 양호하게 나오면서 '충격'이 현실화하지 않은 데 안도했지만, 하드 브렉시트 선언 이후 경제가 악영향을 받는 조짐이 서서히 출현하기 시작했다.

협상이 난항을 겪을수록 미래에 대한 불안과 걱정이 경제지표로 반영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한, 스코틀랜드가 협상을 계기로 독립 움직임에 다시 나서면서 '리틀 잉글랜드' 가능성도 굼뜰 거리고 있다.

"지금은 때가 아니다"는 메이 총리의 거부에도 불구하고 스코틀랜드는 제2의 독립 주민투표를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꺾지 않고 있다.

니콜라 스터전 스코틀랜드는 자치정부 수반은 메이 총리가 브렉시트 협상에서 EU 단일시장 잔류를 바라는 스코틀랜드 주민들의 이익을 보호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이를 무시하고 있다면서 메이 총리를 압박하고 있다.

북아일랜드에서도 아일랜드공화국과 합치는 방안을 국민투표로 물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오기 시작했다.

자칫 브렉시트 결정 직후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가 책임을 지고 사임한 것과 같은 정치적 격변을 맞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운 형국이다.






jungwo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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