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연합뉴스) 신창용 기자 = 라이트 문성민(31) 얘기를 하던 최태웅(41) 현대캐피탈 감독이 돌연 눈물을 터트렸다.
현대캐피탈은 27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대한항공과 남자 프로배구 V리그 챔피언결정전(5전 3승제) 2차전에서 대한항공에 3-2 역전승을 거뒀다.
먼저 두 세트를 빼앗긴 현대캐피탈은 내리 세 세트를 따내며 챔프전 전적 1승 1패로 승부를 원점으로 돌려놨다.
경기 후 기자회견장에 들어선 최 감독은 문성민 이야기를 하다가 왈칵 눈물을 쏟아냈다.
그는 "(문)성민이에게 많이 미안했다"고 말했다.
1차전이 끝난 뒤 문성민을 두고 했던 자신의 말 때문이었다.
최 감독은 1차전에서 0-3으로 패한 뒤 9점에 공격 성공률 38.09%로 부진했던 문성민을 주요 패인으로 꼽았다.
그는 "현대캐피탈이 중요한 경기에서 패해 결국 좌절했던 이유 중 하나가 문성민이 그 중요한 경기에서 자신의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코트를 놀이터로 비유하며 즐기는 배구로 새 바람을 일으킨 최 감독과 어울리지 않는 직설적인 발언이었다.
일종의 충격요법이었지만 지난해 챔피언결정전이 끝난 뒤 문성민과 2박 3일 동안 단둘이 여행을 간 적이 있을 정도로 각별한 사제지간이라 그 말을 하고 더 상처를 받은 것은 최 감독이었다.
최 감독은 당시의 발언을 되새기며 "어느덧 성민이와 안 지 10년이 됐다. 오늘 2세트가 끝나고 나서 엊그제 너무 성민이에게 모질게 하지 않았나 후회를 했다. 마음이 아팠다"고 했다.
"고생은 성민이가 제일 많이 했는데…"라며 결국 참았던 눈물을 쏟아냈다. 어깨를 들썩일 정도였다.
겨우 감정을 추스른 그는 "그래서 2세트가 끝나고 마지막으로 '넌 문시호 아빠야'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최 감독의 이 말이 그때까지 부진했던 문성민을 다시 일으켜 세웠다. 3세트부터 정규시즌의 파괴력을 회복한 문성민은 이날 양 팀 통틀어 가장 많은 36점을 폭격하며 역전승을 이끌었다.
최 감독은 "당시 인터뷰 때 '문성민이 위기 때 약하다'라고 말을 한 것이 마음에 걸렸다. 오늘도 못하면 징크스가 될 것 같았다"고 했다.
다행히 문성민이 1차전의 부진을 씻는 활약을 펼친 덕분에 최 감독도 마음의 짐을 덜었다.
경기 후 문성민의 포효가 모든 것을 설명해줬다. 문성민은 "감독님과 동료들이 끝까지 믿어줬기 때문에 살아날 수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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