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연합뉴스) 고형규 특파원 = 지난 2012년 창당한 한국의 녹색당 김주온 공동운영위원장과 당원 14명이 독일 베를린을 찾아 특별한 만남을 가졌다.
정당의 역사로 치면 한 세대 이상 선배인 독일 녹색당 소속 연방하원 베르벨 횐(64. 여) 의원과 27일(현지시간) 간담회를 하고 원자력발전 폐쇄와 탈핵 이슈, 그리고 에너지전환 정책에 관해 의견을 나눴다.
이날 의원회관 회의실에서 오후 2시 30분 시작된 행사는 3선 중진이자 환경위원회 위원장인 횐 의원의 의욕적인 설명과 적극적인 문답으로 열띤 분위기 속에 1시간 30분간 이어졌다.
횐 의원은 2022년까지 원전을 폐쇄하기로 하고 신재생에너지로 전력원을 대체 중인 독일의 탈핵 정책 '과거사'를 짚었다.
그 과정에서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보수 연립정부가 앞서 사회민주당-녹색당 연정이 확정한 원전 폐쇄 계획을 2010년 백지화했다가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터지고서 2011년 5월 다시 계획을 실행하겠다고 수정한 예화도 소개했다.
횐 의원은 앞으로 원전이 모두 폐쇄되는 마지막 순간까지 다양한 저항이 있을 것이라고도 했다.
그는 그러나 "재생에너지 비중이 이미 33%에 달하고, 전력생산 단가도 낮아져 석탄화력발전과 원전에 미련을 갖는 독일인은 이제 없다"고 밝히며 여러 어려움 속에서도 에너지전환 정책이 꾸준히 실행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나아가 재생에너지가 석탄화전이나 원전 분야보다 10배 이상 많은 일자리를 창출한다고도 강조했다.
그는 특히, 방사성 폐기물 처리장을 마련하기 위해 적지를 선정하는 것에만 15년이 걸리고 완전한 안전을 담보할 수준으로 처리를 완료하기까지는 100년이 소요될 수 있다면서 탈핵이 깊은 인내심을 요구하는 과제인 점을 일깨웠다.
방문단으로부터 한국의 녹색당에 전하는 메시지를 요청받자 그는 "나도 여러분 같은 시절이 있었다"고 환하게 웃으면서 행운과 성공을 기원했다.
분단 시절, 서독에서 반핵과 평화의 가치를 앞세워 1980년 창당한 독일 녹색당은 4년 차이던 1983년 총선에서 5.6%를 얻어 원내 27석을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아울러 사민당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가 집권하던 1998∼2005년 소수당 파트너로 연방 차원의 연정에 참여한 적이 있고, 지금도 독일 전역 16개 주(州) 가운데 11개의 주정부에 참여 중이다.
특히, 남부 바덴뷔르템베르크주에서는 메르켈 총리의 중도우파 기독민주당을 소수당 파트너로 하는 연정을 가동 중이다. 바덴뷔르템베르크의 빈프리트 크레취만 주총리는 현재 녹색당의 실용파를 대표하는 '간판' 정치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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