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까지 세제 개혁 타임테이블…"공화당 내분에 경제라인 주도권 다툼도 뇌관"
고서치 인준, 결국 핵옵션 수순?…정국경색 심화 부담
(서울=연합뉴스) 이준서 기자 =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사실상의 1호 입법안인 미국건강보험법(AHCA·트럼프케어) 무산의 후폭풍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세제 개혁안'(Tax Reform Bill)으로 국정모드 전환을 시도하고 있지만 적지 않은 난관을 마주한 모양새다. 닐 고서치 연방대법관 후보 인준도 트럼프 대통령의 앞날을 어둡게 하고 있다.
세제 개혁의 구체적인 타임테이블을 제시한 것도 이런 위기감을 반영하는 것으로 보인다.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은 27일(현지시간) 정례브리핑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은 세제 개혁에 역점을 두고 있고 매우 강한 열정을 갖고 있다"면서 "트럼프 행정부는 세제 개혁에 전력 질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의 발언을 인용해 오는 8월까지 입법을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실질적인 입법 시한은 얼마나 빨리 공감대가 형성되느냐에 달렸다"고 여지를 남겼다.
역대 세제 개혁보다는 논의 시간을 짧게 잡았지만, 취임 초부터 속도전에 나섰던 트럼프케어보다는 조금 더 여유를 갖고 접근하겠다는 얘기다.
그렇지만 세제 개혁안 역시 트럼프케어 못지않게 험로가 예상된다. 당장 트럼프케어를 좌초시킨 공화당 내 내분이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세제 개혁안의 핵심이자 최대 쟁점은 수입품에 관세를 물리고 수출품에 대해선 면세 혜택을 주는 이른바 '국경세'를 신설하는 내용이다. 트럼프 정부는 국경세로 1조 달러(약 1천122조5천억 원)의 신규 세수를 확보해 법인세 인하로 생기는 세수 감소를 상쇄하겠다는 구상이다.
비타협적 성향의 보수 강경파인 '프리덤 코커스'는 감세 기조에는 찬성하지만, 국경세 도입에는 회의적인 기류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이들 강경파를 설득하거나, 민주당과 손을 잡아야 하는 쉽지 않은 선택지를 받아든 셈이다.
라인스 프리버스 백악관 비서실장이 중산층 감세 가능성을 언급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중산층 감세카드를 내세워 민주당 온건파의 지지를 얻으려는 포석이 아니냐는 것이다.
BoA메릴린치는 최근 보고서에서 "애초 트럼프 행정부의 초안에서 대폭 수정돼야만 의회 통과가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 주도권 다툼도 예상된다고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지적했다.
주무부처 수장인 므누신 재무장관과 게리 콘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 가운데 누가 세제 개혁을 총괄할지 변수라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고서치 대법관 후보자 인준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앞서 민주당 지도부는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방해)를 통해 고서치 후보자의 인준을 저지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필리버스터를 종결하고 표결에 들어가려면 전체 100명의 상원의원 가운데 60명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다.
공화당은 현재 52석이어서 민주당 상원의원 8명의 도움이 필요하지만, 현재까지 찬성 입장을 밝힌 민주당 상원의원은 아무도 없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오히려 빌 넬슨(플로리다)·마지 히로노(하와이)·셸던 화이트하우스(로드아일랜드) 등 민주당 상원의원 3명이 추가로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을 비롯해 부정적 기류가 짙어지고 있다.
이 때문에 공화당으로서는 의결정족수를 완화하는 '핵옵션(nuclear option)' 카드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으로 접어들고 있다고 WP는 전망했다.
핵옵션이 적용되면 의결정족수가 60석(3분의 2)에서 51석(단순 과반)으로 낮아지기 때문에 공화당 의석만으로도 고서치 후보자를 인준할 수 있다.
그렇지만 가급적 초당적 합의를 추구해온 상원 전통에 역행하는 것은 물론, 가뜩이나 긴장 상태에 놓인 공화당-민주당이 정면충돌로 가면서 트럼프 행정부에 상당한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크리스토퍼 쿤스(델라웨어·민주) 상원의원은 MSNBC 방송에 출연해 공화당이 결국은 핵옵션을 선택할 것으로 예상하면서 "비극적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상원 법제사법위원회의 고서치 후보자 인준표결은 다음달 3일로 예정돼 있다. 인준안이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하면 상원 전체회의로 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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