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1일 하원의원 선거…정치·경제·인권등 '낙제점' 평가도
(방콕=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2015년 11월 총선 압승을 기반으로 지난해 문민정부를 출범시킨 미얀마의 최고 실권자 아웅산 수치가 집권 1년을 맞아 시험대에 오른다.
28일 현지 언론에 따르면 미얀마 선거관리위원회는 다음 달 1일 연방 하원의원 19명을 선출하는 보궐선거를 한다.
이번 보궐선거에서는 최대 도시인 양곤의 5석, 북부 샨주(州)의 8석 그리고 북동부의 친, 몬, 카야와 서부의 라카인주, 그리고 바고, 사가잉 등에서 각각 1석씩 모두 19명의 연방 하원의원을 선출한다.
지난 2015년 총선에서 전체 선출직 의석의 80%, 전체 의석의 59%를 휩쓸면서 압승했던 수치 주도의 집권당인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은 이번 선거에서 각 지역정당 및 군부 측 정당인 통합단결발전당(USDP)과 경쟁한다.
이번 선거는 단순히 궐석이 된 하원의석을 채운다는 것 이외에 오는 30일로 집권 1년을 맞은 수치에 대한 중간평가로서 의미가 있다.
2015년 총선에서 압승하고도 군부독재 시절 만들어놓은 헌법상의 대통령 후보 자격에 미달해 대통령 선거에 나설 수 없었던 수치는 외무장관으로 입각한 뒤, '대통령 자문역'이라는 초헌법적인 기구를 만들어 실권을 행사해왔다.
그러나 집권후 야심차게 내걸었던 야심찬 계획들이 잇따라 표류하면서 안팎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이어지는 실정이다.
우선 수치가 문민정부를 출범시키면서 최우선 과제로 제시했던 소수민족과의 평화 협정 체결 문제는 좀체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중국과 접경한 북부지역 반군과 정부군 간에 넉달 가까이 전투가 이어지면서 사망자가 속출하고 수만명의 난민이 국경을 넘어 중국으로 도피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또 이런 정정 불안과 새로운 투자처 부재 속에 경제 상황도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문민정부 출범을 전후로 미국이 미얀마에 대한 경제제재를 완전히 해제했지만, 미얀마 경제 활성화를 견인할 외국인 투자는 오히려 급격하게 줄었다.2016-2017 회계연도(2016년4월∼2017년3월) 미얀마에 대한 외국인 직접투자(FDI)는 전년의 90억 달러보다 20% 이상 줄어든 70억달러에 그칠 것으로 예상한다. 또 같은 기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도 7.3%에서 6.5%로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인권 문제는 최악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특히 미얀마군은 지난해 10월 초 무장괴한들의 경찰 초소 습격을 빌미로 서부 라카인주(州)에서 군사작전을 벌이면서 이슬람계 소수민족인 로힝야족을 상대로 '인종청소' 목적의 반인륜범죄를 저질렀다는 꼬리표까지 달게 됐다.
심지어 군부 1인자인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은 27일 열린 국군의날 행사에서 "라카인주의 벵갈리(로힝야족을 낮춰 부르는 말)는 미얀마 국민이 아니며 이민자일 뿐"이라며 군사작전을 정당화했다.
무려 7만5천명의 난민이 국경을 넘어 방글라데시로 도피하는 등 상황은 계속 악화하고 있지만, 수치가 주도하는 미얀마 정부는 적극적인 문제 해결 의지를 보이지 않은 채 방관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런 안팎의 실정에 대한 실망감은 NLD 정부와 정부를 이끄는 수치는 물론 그의 가문에 대한 반감으로까지 표출되고 있다.
북부 카친주(州)에서는 소수민족 정당들이 수치의 아버지인 독립영웅 아웅산 장군의 동상 건립 움직임에 거세게 반발했고, 몬주에서는새로 건설된 다리에 아웅산 장군의 이름을 붙이려던 계획이 주민들의 반대시위로 철회됐다.
수치에게 몰표를 던졌던 미얀마 국민의 평가는 분분하다.
양곤대학 학생인 윈 르윈 아웅은 현지 언론과 인터뷰에서 "개혁에는 시간이 걸린다. 인내심을 갖고 지켜보고 싶다"며 "하지만 정부도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양곤의 한 투자회사 임원인 아웅 툰씨는 "사업가들은 대체로 (수치가 주도하는) 변화가 속도는 물론 투명성 측면에서 충분하지 않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며 "수치의 문민정부가 집권 첫해에 구체적인 성과를 내지 못한 데 대한 조바심이 있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수치와 그가 이끄는 여당의 '불통'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정치범 출신의 언론인인 마 티다는 싱가포르 일간 더 스트레이츠타임스에 "문민정부의 역할이 쉽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우리는 그 어려움이 무엇인지 알고 싶지만, 우리에게 주어지는 정보는 없다"고 말했다.
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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