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CEO 취임 첫 간담회…"데이터랩 강화해 투명성 제고"
(서울=연합뉴스) 김태균 기자 = 이번 달 네이버의 새 수장이 된 한성숙 대표이사는 공격적으로 연구개발(R&D) 투자를 해온 자율 주행차와 관련해 "당장 사업을 한다기보다는 기술확보의 목적이 더 크다"고 밝혔다.
한 대표는 취임 후 28일 연 첫 기자간담회에서 "자율주행차의 사업 범위 등은 기술확보 이후 단계에서 논의할 내용"이라고 말했다.
그는 '올해 매출목표를 정했느냐'는 질문을 받자 "매출목표란 말을 쓰진 않으며 숫자로 목표를 정하면 구성원의 움직임(일)이 달라질 수 있다. 투명성 확보 등 사안에 집중하겠다"고 답했다.
다음은 한 대표와의 일문일답.
--이해진 창업자 겸 의장이 지난 17일 주주총회에서 퇴진하고 변대규 의장이 취임했다. 내부 역할 분담이 어떻게 되나.
▲ 이해진 창업자는 네이버의 글로벌·차세대 전략을 어떻게 짤 것인지를 맡는다. 사내 이사로서 글로벌 투자와 유럽시장 진출 업무에 매진한다. 나는 대표이사로서 네이버 경영 계획을 만들고 회사를 잘 이끌어가는 역할을 맡는다. 회사의 강점을 잘 활용하고 구성원이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내 일이다.
--기술 플랫폼(서비스 공간)을 강조했는데 구체적 성과는 뭔가.
▲ 번역 서비스인 파파고 발표가 있었고 자율주행차 발표를 서울 오토쇼에서 할 예정이다. 'J 태스크포스'(일본 자회사 라인과 함께 진행하는 인공지능 프로젝트)에서 만드는 인공지능 플랫폼 '클로바'는 올여름쯤 결과물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공익 기부금을 펀드로 새롭게 이름 붙인 이유는 뭔가.
▲ 프로젝트 꽃을 하면서 스몰비지니스(소상공인) 지원 사업을 해봤는데 제대로 사업을 챙기려면 (기부금보다) 펀드 개념이 낫다고 봤다. 펀드는 돈이 얼마나 들어가고 어떻게 쓰이고 어떤 성과가 나오는지 명확하게 나온다. 기부로 돈을 내더라도 어떻게 쓰이는지 잘 살펴보자는 취지다. 펀드 체제에서 네이버 구성원들도 사업안을 더 적극적으로 발굴하도록 독려할 수 있다고 봤다. 내부 아이디어 좋으면 펀딩받아 사업을 할 수 있다.
--부산에 만든 파트너스퀘어는 첫 지방 소상공인 지원시설인데, 다른 지역에도 파트너스퀘어 만들 계획이 있나.
▲ 당장은 얘기하긴 어렵고 부산 파트너스퀘어가 성공적으로 잘 되면 (확장 방안을) 고려할 생각이다.
--실시간 검색에서 키워드 순위 변화를 볼 수 있는 '트래킹' 기능을 선보인다고 했는데 이외에 플랫폼의 투명성을 강화할 방안은 없나.
▲ 네이버의 검색 빅데이터를 공개하는 데이터랩을 강화해 사용자가 더 많이 볼 수 있게 할 예정이다. 데이터랩을 추가 오픈해 검색 트랜드 등을 심층적으로 알 수 있게 하는 등의 조처를 하겠다.
--기술 플랫폼과 관련해 로드맵(이행계획)을 소개해 달라.
▲ 인공지능(AI) 번역 서비스인 파파고라든지 음성 검색 '네이버i' 자율주행차 등의 계획을 얘기할 수 있다. 올여름이면 AI 스피커 등의 모습도 보여줄 수 있다. 사실 파파고도 몇 년간 준비한 것이고 음성인식·합성이나 데이터 분석도 우리가 10∼15년 연구한 주제다. 기술 플랫폼 하겠다고 발표하고 수개월 만에 즉흥적으로 뭘 보여주는 게 아니다. 단 우리가 예상한 흐름으로 가는 건 맞는 거 같다. 현실적 어려움도 있다. 네이버가 자본이 많아 보이지만 글로벌 IT(정보기술) 회사와 경쟁하기에 여러 문제가 있다. 3년 뒤 회사가 어떻게 될지 알 수가 없다. 다들 구글·페이스북과 비교해 네이버가 어떻다고 얘기하고 라인이 요즘 별로라는 말도 한다. 한국 사업도 놓치면 안 되고 라인도 살아나야 하고 사회적 책무 관련 성과도 좋아야 한다. 이 때문에 내부 의견을 많이 듣고 구성원의 경험을 모아나가야 한다고 본다.
--자율주행차의 지향점은 뭔가.
▲ 당장 '우리가 사업을 어떻게 하겠다'는 이유로 자율주행차를 개발하는 것은 아니다. 일상 공간 중에서 자동차가 매우 중요한 곳인 만큼 현재는 기술확보를 위해 실험하는 목적이 강하다. 그 이후에 자율자동차를 가지고 어느 부분까지 독자 사업을 하겠다는 등의 내용을 협의할 수 있을 것이다.
--음성인식 기술에 대한 전망을 들려달라.
▲ 자동차 안에서는 예컨대 음성이 제일 편한 입력 수단이다. 아직은 음성 검색을 많이 쓰진 않는다. 그러나 내 조카 등 요즘 아이들 보면 음성 명령에 매우 익숙하다. 어쩌면 다음 세대에서는 자판 타이핑을 안 할 수도 있다. 검색을 말로 하고 검색 결과는 음성으로 듣고 눈으로 보게 되는 단계로 갈 수 있다.
--지금 IT 산업의 중요 화두는 뭔가.
▲ 기술적 트렌드(유행) 용어가 나왔다가 가치가 떨어지는 경우를 많이 봤지만, AI는 다른 것 같다. (AI 기반의) 사용자 추천·개인화 서비스만 해도 장기간 네이버가 힘쓴 분야인데, 현재는 내가 봐도 그 만족도가 낮지 않다.
--취임 후 올해 매출목표는 정했나.
▲ 매출목표라는 단어를 쓰지 않는다. 숫자를 목표로 삼으면 구성원의 움직임(일)이 달라질 수 있다. '100억·200억 달성' 등의 매출목표를 잡고 있진 않다. 기술 플랫폼으로 나아가는데 투명성 과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등에 집중하겠다. 단순히 가상의 예시로 얘기하자면 '네이버 댓글에서 네이버를 비판하는 글이 얼마나 줄었나' 등을 목표로 하자는 얘기다. 물론 정말 댓글 관련 목표를 잡았다는 얘기는 아니다. (웃음)
--변대규 의장과의 관계는.
▲ 변 의장은 기술에 대한 통찰력(insight)이 훌륭하고 셋톱박스 등 사업으로 끊임없이 세계 시장을 개척한 벤처 1세대다. 우리도 벤처로 출발한 회사다. 네이버가 기술 플랫폼으로 어떻게 나아가야 하는지, 사회적 책임은 어떻게 져야 하는지 등에 관해 변 의장의 조언을 많이 듣고 있다.
--지난 주총 때 연예기획사인 YG 엔터테인먼트에 1천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YG 소속 연예인인) G드래곤의 목소리를 AI 스피커에 쓴다는 식의 구체적인 협업 계획이 있나.
▲ 콘텐츠 확보 차원에서 한 투자다. YG는 좋은 콘텐츠를 생산하는 기업으로 봐서 더 긴밀한 관계로 가고 싶어 투자했다. 구체적인 협업 계획은 더 논의를 해봐야 한다.
ta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