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직 인수위원장 역임 인하대 총장 면담 후 정치권 특혜 시비
시 "총장 면담 자리서 인하대 요구 수용한 적 없어"
(인천=연합뉴스) 신민재 기자 = 유정복 인천시장이 인하대학교 송도캠퍼스 조성사업과 관련해 특혜 시비에 휘말렸다.
더불어민주당 인천시당은 28일 논평을 내고 유 시장과 인천시가 인하대 송도캠퍼스 부지 문제를 법과 원칙, 형평성에 맞게 처리할 것을 요구했다.
민주당 인천시당은 "인하대 최순자 총장이 최근 유정복 시장을 독대한 뒤 정무부시장의 애매한 인터뷰가 나오고, 관련 상임위 소속 자유한국당 시의원의 개입설이 구설수에 올랐다"며 자중을 촉구했다.
인하대는 첨단 캠퍼스를 조성한다며 경제자유구역인 송도국제도시 11-1공구 내 22만4천㎡를 인천시로부터 1천76억원에 매입하는 계약을 맺고 그동안 482억원(선납할인 포함)을 납부했다.
나머지 땅값 594억원은 부지 보존등기 완료 6개월 후인 올해 4월부터 6개월마다 10%씩 나눠 내야 한다.
그러나 인하대는 지난해 7월 대학 재정난 등을 들어 계약한 부지 중 9만5천여㎡만 사겠다고 발표했다.
대학 형편이 어려워 애초 매입키로 계약한 부지 가운데 12만8천700㎡은 사지 않겠다는 것이다.
인천경제청은 인하대가 계약을 어기면 전체 땅값의 10%인 107억원의 위약금을 물고, 땅도 환원시켜야 한다는 원칙을 고수했다.
인천경제청이 특혜를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는 가운데 최 총장은 이달 중순 유 시장을 면담했다.
이후 인하대는 인천시, 인천경제청, 시의회, 총동장회 등에 다자간 협의체를 구성해 송도캠퍼스 문제를 논의하자고 공식 제안했다.
이와 때를 맞춰 유 시장이 발탁한 조동암 정무부시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시가 학교재단에 위약금을 물게 하는 것이 지역 정서상 맞지 않아 합리적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 총장은 2014년 유 시장이 당선된 뒤 시장직 인수위원장을 역임했고 이듬해 인하대 총장에 취임했다.
지역 정가와 시민단체에서는 인하대의 특혜성 요구에 대해 "최 총장이 인수위원장을 역임한 공으로 시에 당당히 요구한지 모르겠으나 그 부담은 시민이 진다"며 "유 시장이 (최 총장에게)빚 갚는 마음으로 특혜 시비에 가담해선 안 된다"고 비판했다.
일부에서는 유 시장이 내년 지방선거를 의식해 애매한 태도를 취하며 특정대학 구성원과 동문들의 눈치를 살피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유 시장이 '고도의 정무적 판단'으로 인하대 요구를 수용할 경우, 인천경제자유구역은 개발사업에 특혜와 예외를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오점을 남기게 된다.
재정난에 시달리는 인천시가 감수해야 하는 금전적 손실만도 500억원이 넘는다.
당장 인하대가 물어야 할 위약금 107억원을 포기해야 하고, 인하대에 쪼개 판 9만5천여㎡를 환수해 현재 기준 가격으로 판매했을 때 얻을 수 있는 차액(최소 400억원)을 포기하는 셈이다.
인천시의 이런 움직임에 송도 주민도 크게 반발하고 있다.
국제도시송도입주자연합회 관계자는 "인천시가 이번에 법과 원칙을 허물면 이후 개발사업 추진에 엄청난 악영항을 끼칠 것"이라며 "송도 개발을 놓고 특혜 시비가 끊이지 않는 상황에서 시장이 초법적인 결정을 내린다면 거센 주민 저항에 직면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인천시당은 인하대 위기를 초래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과 최 총장의 사과와 책임 있는 조치를 촉구했다.
민주당은 인천시당은 "인천시는 107억원 위약금 문제를 법과 원칙, 형평성에 맞게 처리해 나쁜 선례를 남기지 않아야 한다"며 "대학을 그룹의 일개 변두리 기업으로 취급하는 조 회장은 인하대 총동문회의 요구대로 대학의 한진해운 채권 투자 손실 130억원을 전액 보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인천시 관계자는 "유 시장이 최 총장을 면담한 것은 맞지만 송도캠퍼스 관련 요구를 수용한 적은 없다"며 "조 부시장의 발언도 시장의 의중과는 아무 관련이 없는 개인의견을 언론에 밝힌 것으로 확인됐다"고 해명했다.
sm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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